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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ug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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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스 자렛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은 내 친구 C다. 자렛의 어디를 좋아하면 되냐는 대책 없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해주었다.

“찰스 로이드 밴드에서 내던 소리가 제일 좋은데, 그 다음에 자기가 리더가 되어서 낸 음악들을 들어보면 피아노는 비슷한데 관악기랑 드럼 소리 쓰는 게 좀 다르고 사이드맨이 바뀌어도 소리는 비슷한 거 보면 그런 부분이 자기가 원래 좋아하던 소리인 것 같은데 my song도 그런 느낌인데다 다른 앨범과 달리 듣는 사람을 배려해주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남들 안 볼 때 그거 들으면서 좋아한다. (생략) 스탠다드 연주한 거도 많던데 일단 딱딱 잘 짚어줘서 좋은 거 같어. 녹음도 작은 소리까지 잘 들려서 옛날에 녹음된 스탠다드보다 귀가 편해. 녹음기술 좋아진 다음에도 그렇게 녹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거 같은데 취향인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건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자기가 원래 좋아하는 것 같은 소리의 느낌이 좋고 대체로 뭘 쳐도 자기가 내려는 소리를 딱딱 내는 것 같아서 (그게 듣기 좋건 싫건) 그런 점을 무시할 수가 없더라. (생략) 내가 자주 듣는 앨범은 charles lloyd - forest flower 와 Birth, my song, bye bye blackbird (마일즈 데이비스 꺼 모아놓은 앨범) 하고 out of towners 란 좀 거저 만든 것 같은 스탠다드 연주한 공연 앨범인데 이거 차에 두고 맨날 듣는다.”

자렛의 장점을 꼭 집어서 설명해준 친구에게 "너는 천재다"라고 진심 어린 감사의 메일을 보냈더니 아래와 같은 답신이 돌아왔다. 

“메일 보고 과분한 칭찬에 누워있다 놀라서 일어나 피씨 켜고 답장 쓴다. 너나 되어야 알아들을 밑도 끝도 없는 말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꿔놓은 데다가 (그런 게 공부의 좋은 점이겠지) 그 동안 그다지 관심 갖지 않았던 연주자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촘촘히 엮어놓다니 너야말로 천재다. 생각해보니 많은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들이 ecm 처럼 예민하게 녹음하지 않은 이유는 여린 소리의 연주를 적절한 힘조절로 딱딱 짚기 힘드니 그렇게 녹음하는 것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겠구나 싶다. 

키스자렛은 나도 좋은지 싫은지 잘 모르겠는 채로 오래 뒀었는데 forest flower 처음 듣고 관심이 생긴 지가 몇 년 되지 않았다. 그 앨범은 참 좋은 거 같어. 히피들이 좋아했다는 건 처음 알았네. 그 때 처음 올뮤직닷컴 같은 데에서 키스 자렛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봤었는데 펜실바니아 알렌타운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 allentown은 예전에 그 도시 이름을 제목으로 빌리 조엘이 노래를 만들어 부른 적이 있는데 가사가 철강인가 탄광인가로 부흥했다가 이젠 사람들이 다 떠나고 쓸쓸한 뭐 그런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젊은이 이야기였던 거 같다. 영화같은 데에 많이 나오지 않냐. 

빌리 조엘의 가사 때문인지 그 이후로 아무 근거 없이 연상되는 키스 자렛은 부모하고도 말도 안 통하고 뭔가 더 좋은 걸 하고 싶은데 잘 안되고 그런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 어릴 때 음악교육 받았다는 거 보면 꼭 그렇진 않은 거 같기도 하지만 하여간 기분이 그렇다. 클래식하다가 재즈로 빠진 거나, 재즈를 하면서도 계속 별로 잘하지도 못하는 클래식에 미련 두는 거나 그런 컴플렉스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키스 자렛이 아트 블레키와 연주한 건 들어보질 못했는데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내가 리더다.'라는 식으로 엄청나게 두들겨대는 드럼과 잘 어울리지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고 그 사람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을 거 같다. 찰스 로이드와는 그래도 몇 년 이상 한 것 같은데 사람이나 음악은 맞아도 영업마인드가 맞지 않아 답답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서 키스 자렛이 마일즈 데이비스를 좋아하는 걸까. (생략) 

박지성처럼 원래 열심히 하는 애가 젊을 때 히딩크나 퍼거슨처럼 실력도 권위도 있는 선생 만나서 선배나 선학의 가르침의 혜택을 받는 것이 좋은 거란 걸 알면서도 몸에 익히지 못하고 계속 이상한 거나 이상해 보이고 싶어하는 거에 집착하는 거 같아서 키스 자렛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생략) 키스 자렛이 자기 즉흥 연주를 따라 부르는 건 정말 방해되는데 그런 게 다 그래서 그런 거 같아서 그냥 참고 듣는다. 즉흥 연주라고 하지만 키스 자렛은 다 외어서 하는 거겠지.  

혹시라도 아트블레이키와 키스 자렛이 같이 한 음악이 있으면 생각날 때 하나 보내주라.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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