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음악에서 창의성은 작곡가의 몫이었다. 연주자는 작곡가의 의도를 수행하는 도구였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즈는 서양음악사의 혁명이었다. 재즈 연주자들은 창작의 권한을 작곡가로부터 탈취했다. 그리하여 재즈는 다른 어떤 분야의 음악보다 생기발랄하고, 예측불가하며, 정의하기 어려운 음악이 되었다. 그러나 다수의 연주자에게 창작의 권한이 허용되는 순간, 재즈는 이미 어떤 지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차별화를 위한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들이 생산하는 작품은 점차 다른 연주자가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 되어갔다. 재즈 연주자들은 연예인이기를 거부하고 예술가가 되었고, 점점 더 난해한 곡을 만들면서 대중과 괴리되었으며, 자신들의 작품이 마침내 주류의 지위에서 밀려나는 대목에서 그들은 자기 성공의 희생자들이 되었다.

예술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거의 완전한 창작의 권한이 허용되면, 이런 과정을 언제나 예견할 수 있다. 그것이 현대음악이나 현대무용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아직도 음악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가수나 연주자들이 상당한 정도로 외적인 규칙의 지배를 받고 있는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