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빈 병에 물 따르듯이 세상의 질서와 요령과 규칙을 전수해 주는 것이 터억 막히는 어떤 순간을 맞곤 한다. 규칙들이 서로 엉켜서 아이가 스스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지점. 그런 순간부터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실은 많지 않다. 아이의 천성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그리고 스스로 애써 깨달아 나갈 길이 선하고 용감하고 성숙한 것이 되기를 기도하는 일 외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