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발리에서

posted Sep 14,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발리에서


1.


뜨거운 바람이 피운 이쁜 꽃

속으로 일렁이는 파도가

잘 웃는 처녀들의 발목을 붙잡아

넘어뜨린다 


꽃잎이 벌면

자갈돌처럼 꽃술 부딪히는 소리

화산섬 언덕 위에서

아래로 구르는 오후


성급한 낮달 떠오르는

섬의 꽃

그늘

속으로 일렁이는 파도


무엇입니까

참기 힘든 활화산 위에

붉은 꽃의 파도를 가꾸시는 뜻은


2.


호텔 방문을 열면

바깥의 더운 공기가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문 밖으로 나서 보니

방안의 찬 기운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아무리 형체 없는 공기라지만

나오면서 들어오기도 하는 일이 가능한가


궁금하여 문틈에 서서 담배연기를 뿜어본다

연기는 서둘러 들어오지도 그렇다고

휩쓸려 나가지도 않고 평소처럼 우유부단하게

그러나 우아하고 여유롭게

저를 뿜어낸 자의 주변을 맴돈다


내가 세상 속으로 쏟아지고

세상이 내 속으로 퍼부어 드는 것이 다

나와 세상만 아는 일이렸다

연기처럼 내 곁을 맴도는

식솔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드나듦


국회의원들의 국제회의를 도우려고

휴양지에 출장 와서 넥타이 둘러매고

호텔의 문틈에서 어중간한 자세로

목격한 이 전쟁의 진상

널리 알릴 필요야 있으랴

말 없는 문틈

연기 한 모금

 

 

2006.11.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6 푸른 산 file 2008.09.14 1107 77
135 Sonnet for a Befallen Petal 2009.06.11 27626 74
134 일기예보 2010.06.06 1089 71
133 사소한 날의 노래 2010.06.06 1202 69
132 내 사랑의 비결은 2010.06.06 1334 67
131 창란젓 2008.09.14 1213 61
» 발리에서 2008.09.14 1027 60
129 불확정성의 법칙 / Indeterminacy Sonnet 2008.07.31 3141 59
128 자카르타에는 오리가 산다 2008.09.14 1146 57
127 행운목 2008.09.14 1137 57
126 체리 블라섬 2008.09.14 1218 56
125 서울의 공휴일 2010.06.06 1053 54
124 海猫や何を目指して向き直る file 2012.07.12 1247 48
123 熱帶花 2008.09.14 9357 48
122 새외근황(塞外近況) 25 / For Amelia 2008.09.14 108821 44
121 静岡は誰にも知られず虹の下 file 2012.07.12 1321 43
120 送辭 2011.04.26 1231 43
119   →feedback 2008.09.14 1039 43
118 손해사정인 2008.09.14 1060 43
117 바람 부는 날의 노래 / Sonnet on a Windy Day 2008.09.14 8525 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