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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외근황(塞外近況) 14

posted Aug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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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외근황(塞外近況) 14


흐린 왼쪽 눈을 가지고 안과에 간다 채도(彩度) 없이 명암만을 가진 겨울하늘과 겨울나무와 국립성당과 아메리카 대학 정문 앞을 지나, 약도가 가리키는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자기 딸이 한국에 한번 가본 적 있다는 백발의 의사에게로 나는 간다 보이는 것들은 믿을만한 것인가 의사가 눈에 무언가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좀 있으니 눈알에 느낌이 없다 없어지고 나서야 그동안 실은 눈알에도 감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 알지 못하는 것들은 모른다고 믿을만한 것인가 백발의 의사가 환자를 안심시키는 숙련된 미소를 짓고 나는 너무 많이 염려하고 있지는 않았다는 서투른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실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보이는 것들의 안쓰런 서투름과 애써 알려지지 않는 것들의 무덤 같은 완고함을 다 믿어주는 수 밖에 달리 사는 길 모르는 흐린 혼백에게

 

2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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