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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河口)

posted Feb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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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河口)
- 맨하탄 이스트리버 강변에서

사니까
살아지더구나
이쁘고 환한 것들 다 지나가고
무겁고 어려운 것들만 남아
중년의 일상이란
마실수록 뻑뻑해지는 미숫가루물 같기도 하고
강언덕 뻘 위를 걷는 더딘 보행 같기도 하더라만
휘적 휘적
서툰 걸음걸이로도
살자니 살아지더구나

이월 찬란한 겨울의 끝
안개 자욱한 강둑에 서서
물소리에 귀 기울이니
고가도로 위를 지나는 자동차들이
고향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내더라
저만치서 왔다가 가고
또 가고

안개의 속살을 콕콕 찌르는
저 나목의 잔가지들은
얼마 후면 거짓말처럼 꽃을 다시 피워낼 테지만
내려놓을수록 더 무거워지는
공복(公僕)의 길을 걷다 보니
비겁한 짓을 저지를 용기마저
이슬처럼 선선히
사라지더구나




                                                       2013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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