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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一山)의 달

posted May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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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一山)의 달


꿈꾸지 않는 첨탑들의 도시, 일산에서

달빛은 직사광선, 일광(日光)을 닮았다

음습한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온기를 품고

백석을, 대화를, 또 그 너머 세상을

내리비춘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누구도 더 가질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달빛은 신도시 건물처럼 엄격하다.


귀가길이 길다 보면

같은 하루를 보내더라도, 엄격하게

반성할 일이 많아진다

졸다가 버스정거장을 놓치듯

반성의 종점이 후회가 되지 않으려면

나름대로 애써야 한다.

옆좌석에 들키지 않도록


신촌에서 수색 거쳐 가라뫼쯤 오면

차창밖의 바람이 시리다

거기서부터는 달의 영토

긴장하시라

천문지리상의 거리를 무시하는 자에게

달은 미소짓지 않는다.


객지 생활이 몸에 배어

어디를 가든 출입국 서류의 방문자 혹은 체류자 란

어느 쪽에도 선뜻 곱표치기 망설여지는 사람

노상(路上)이 집인 처지에

무심한 달빛이란

상상외로 난처한 법.


달빛의 배려 없이 이 머언 신도시까지

길 잃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자 누가 있으랴

번번이 애써보지만

달빛 아래 서면 결국

실오라기 하나 감추지 못하고 속내를 들키고 만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애쓴다는 걸 알아주는 건

고양시를 굽어보는 하얀 달 뿐, 가끔은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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