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행운목

posted Sep 14,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행운목


희망처럼 겸손해 보이는 것들 모두

알고 보면 얼마나 고단한 안간힘이냐

얕은 물에 발만 담가도 여린 싹 틔워내며

질기게 살고 싶다, 나도

고향친지를 오래 떠나 여러 나라를 집이라 부르며

살아 보고야 알게 되었다

건설현장 폐자재처럼 먼지 뒤집어쓰고

발에 채이던 짜투리 나무조각도

안 보이는 실뿌리 보듬어 안고

제 나름의 하루를

또 하루를 사는 중이라는 것을

현자가 풀어 쓴 권리나 의무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마른 몸에

나이테처럼 손금 깊어지고 눈주름 늘어나면

둥치에서 잘려 나온 가지도 깜냥껏

자루 가득 부처가 된다는 뜻일 뿐이다

가만, 귀 밝히면

목재(木材)들이 저마다 원산지의 우기(雨期)

밀림을 에워싸던 비바람 짙은 목소리를 기억하고

줄기에 둥지 틀었던 짐승들의 전언을 들려주는 것은 다

뿌리 내리지 못할 핑계를 지닌 나무토막이란 없기 때문이다

내 사무실에 놓아 둔 간소한 화분 위에서

행운은 요행이 아니다

밑둥 끊긴 줄기가 한결같이 꾸는 꿈이다

그 짧고 단단한 뼈다

 

2008.3.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6 戀詩 2008.04.22 3136 34
135 흰머리 멧새 2008.08.24 1077 25
134 흐린 날의 노래 2008.08.06 1040 32
133 후쿠시마, 3월 2011.04.22 1251 40
132 홍대 앞에서 2008.06.16 1167 33
» 행운목 2008.09.14 1137 57
130 하구(河口) 2013.02.11 1201 34
129 푸른 산 file 2008.09.14 1107 77
128 추운 날의 노래 2017.11.07 6699 3
127 체리 블라섬 2008.09.14 1218 56
126 철골처럼 가라앉은 2008.09.02 928 25
125 창란젓 2008.09.14 1213 61
124 차돌 2014.08.12 895 24
123 차가운 날의 노래 2008.09.02 1042 26
122 짧은 날의 노래 / A Short Day's Song 2008.09.09 771 36
121 조용한 날의 노래 2008.09.04 821 30
120 자카르타에는 오리가 산다 2008.09.14 1146 57
119 일산(一山)의 달 2008.05.12 1293 20
118 일기예보 2010.06.06 1089 71
117 이사(移徙) 2008.06.04 1222 3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