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벽제에서

posted Sep 04,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벽제에서

 

아들아, 다 태워다오

저 푸른 불 꺼지거든

그래도 재가 남거든

너의 뜨거운 품으로

남는 것까지 다 태워

뜻하지 않은 뭔가를

남기지 않게 해다오

비우고 갈 수 있도록


비 오고 나는 가도록

젖은 언덕길 오르며

네 품마저 불사르렴

벽제에서 의정부로

일산으로 화정으로

아니 낯선 대륙으로

불길이 옮아 붙어도

돌아보진 않으련다


내가 물려준 손발과

흉중의 아픔이 너를

군마처럼 도울테니

달리렴 멀리 그러나

도주하는 법은 없이

때이른 멈춤도 없이

너의 아들이 또 너를

불로 지워줄 때까지


저 철없는 오월달의

물 오르는 잎새에도

발정하는 꽃잎들의

광기어린 잔치에도

섣불리 혹할 건 없다

내가 세상에 남기는

기록과 항변은 너다

아들아, 너로 족하다

 

2006.2.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6 戀詩 2008.04.22 3136 34
135 흰머리 멧새 2008.08.24 1077 25
134 흐린 날의 노래 2008.08.06 1040 32
133 후쿠시마, 3월 2011.04.22 1251 40
132 홍대 앞에서 2008.06.16 1167 33
131 행운목 2008.09.14 1137 57
130 하구(河口) 2013.02.11 1201 34
129 푸른 산 file 2008.09.14 1107 77
128 추운 날의 노래 2017.11.07 6699 3
127 체리 블라섬 2008.09.14 1218 56
126 철골처럼 가라앉은 2008.09.02 928 25
125 창란젓 2008.09.14 1213 61
124 차돌 2014.08.12 895 24
123 차가운 날의 노래 2008.09.02 1042 26
122 짧은 날의 노래 / A Short Day's Song 2008.09.09 771 36
121 조용한 날의 노래 2008.09.04 821 30
120 자카르타에는 오리가 산다 2008.09.14 1146 57
119 일산(一山)의 달 2008.05.12 1293 20
118 일기예보 2010.06.06 1089 71
117 이사(移徙) 2008.06.04 1222 3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