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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날의 노래

posted Aug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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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날의 노래


애인을 기다리며 여자는

망가진 수도관을 고친다

날은 맑지만 너무 추워

어느 쪽에도 용기를 주지는 못한다

차가운 바람의 틈새로 그가

먼지처럼 자욱한 미소를 지으며 입장한다

언제나 먼 곳을 혼자서 여행하고

그는 돌아와 간략히 약속을 지킨다

(그러나 그의 속옷은 객지의 낯선 술집에서

영화에서처럼 짓궂게 벗겨질 것이다)

여자는 김치찌개를 끓이며 돌아서서

아쉬움 남지 않는 만남은 얼마나

끔찍할까, 라고 혼자말 하고

욕조에는 고쳐진 온수관이

홀로 뜨거운 속엣것을 토해낸다

미소처럼 자욱한 수증기가

욕실을 채운다


 

2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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