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휴일
낯선 세월과 낯가림을 멈추고
떨리는 심정으로
혜화동 로터리에서 덕수궁까지
남산에서 다시 종로삼가로
생략할 수 있는 거리는 없다 걷다 보면
공사현장이 막아선 고궁의 돌담길
아낙들은 남편을 살해할 방법에 관해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는다
필경 내가 차마 찍지 못한 사진들 속에
움트지 못한 내 사랑이 다 들어 있었으리라
낙원상가에서 수수한 기타 한 대를 만나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여섯 줄처럼
우리 생애를 이어주는 끈이 팽팽하기를 빌던
천도교 수운회관 앞
그 뜨겁던 후천개벽의 뙤약볕
걸으며 덜어낸 욕망만큼 가벼워진 몸
조금씩 높은 곳으로 떠올라
가여운 야경의 왜소함을
발 아래 굽어보던 공휴일
특별한 우리 서울시
<2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