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減量記

posted Jul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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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감량기(減量記)


몸을 쓰다듬는 바람의 기운이 전같지 않아

체중계를 사들고 와 올라서 보니

두 달 전보다 십킬로가 줄었다

풍속(風俗)대로라면 축하받아 마땅할 일이겠으나

다이어트건 운동이건 멀리하고 사는데도

제 깜냥대로 감량하는 체중이라

마땅치가 못하다

하긴 

이번에는 서울을 떠나면서

많이 내려놓고 오기는 했다

묵직한 후회도 눈썹 환해지는 기대도

풍속(風速)의 강약을 나 몰라라 질주하던 삶의 속도도

이왕 내려놓은 김에 눈감고

마일즈 데이비스를 듣고 있다 보면

혹독한 것들 하나 둘 눈감아 지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도 용서되고

그리움의 부력(浮力)으로 성긴 뼈 채워진다

조금씩 더 가벼워져 공중에 두 발이 뜨고

물처럼 낮은 데로 흐르는 세월

찬찬히 거슬러 보다가 결국

비누방울 터지듯 세상 뜨고

고향 앞바다 수평선 위로는

나를 본 적 없는 해와 달이 뜨리라

비록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바지들 난감하지만



 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