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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출근길

posted Jun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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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출근길


초로의 남자가 낙엽을 쓸어낸다, 도로변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쏟아지는 세월의 파편들

부질없다

신중하게 반복하는 일상도

떠나버린 것들에 대한 집착도


불가역적 무질서와의 씨름을 멈추지 않는 대가로

며칠 후면 또 월급명세서를 받을 것이다

승산이 있느냐

선택의 여지가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자유란, 아마도

내가 그대에게, 또 그대가 나에게

조심스레 허락하는 그 무엇이리라


알 수 없다

감사도 존경도 아닌, 세상에 대한 어떤 집착이

우리로 하여금 황량한 산정(山頂)으로 바위를 굴리게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두 가지 방법 뿐

좀 더 젊었을 때는 주로 물었고

요즘은 그저 외운다

나이 드는 현명함이란 그런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아버지의 시신은 믿을 수 없이 가벼웠고

상속받은 주름 몇 개 손금처럼 자리잡았다

도심의 밤하늘 위로는 불안한 음표들이

떨고 있었다

노래는 잦아들었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바람이 멎는다고 진공상태가 찾아오지는 않듯이


내리막 갈림길

붉은 색 정지 간판이 막아 선다

느낌표처럼

단호히 멈추고 뒤돌아 볼 곳은 어디인가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소리 없는 노래에 귀 기울인다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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