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출근길
초로의 남자가 낙엽을 쓸어낸다, 도로변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쏟아지는 세월의 파편들
부질없다
신중하게 반복하는 일상도
떠나버린 것들에 대한 집착도
불가역적 무질서와의 씨름을 멈추지 않는 대가로
며칠 후면 또 월급명세서를 받을 것이다
승산이 있느냐
선택의 여지가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자유란, 아마도
내가 그대에게, 또 그대가 나에게
조심스레 허락하는 그 무엇이리라
알 수 없다
감사도 존경도 아닌, 세상에 대한 어떤 집착이
우리로 하여금 황량한 산정(山頂)으로 바위를 굴리게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두 가지 방법 뿐
좀 더 젊었을 때는 주로 물었고
요즘은 그저 외운다
나이 드는 현명함이란 그런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여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아버지의 시신은 믿을 수 없이 가벼웠고
상속받은 주름 몇 개 손금처럼 자리잡았다
도심의 밤하늘 위로는 불안한 음표들이
떨고 있었다
노래는 잦아들었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바람이 멎는다고 진공상태가 찾아오지는 않듯이
내리막 갈림길
붉은 색 정지 간판이 막아 선다
느낌표처럼
단호히 멈추고 뒤돌아 볼 곳은 어디인가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소리 없는 노래에 귀 기울인다
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