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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외근황(塞外近況) 1

posted Jun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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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외근황(塞外近況) 1

- 벗에게, 많고 적음에 관해


총무과에 보임되고 보니

모든(總) 일(務)를 관할한다는 이름은 그저 이름이고

모자라는 살림을 사는 빈처의 역할이더군

총무적 책임으로 총무장하고 일하다보면 종종

분명해진다, 아다시피

부족은 다만 부족한 것들만을 풍요롭게 한다


오늘 외로움 다 누려도

내일 괴로움 덜한 법 없고

일용할 그리움 줄지 않듯이


문서보다는 사람과 부대끼며 일하노라면

혼자 야간등산할 때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던

선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많으나 적으나 사람은 무섭고

무서우니까 그리운 것 아니겠나

많을수록 외롭듯이 (오르테가!)


업무량이 늘어날 때는

기억해야 할 사항들의 목록을 만들어보기도 한다만

기억한다는 동사의 속성은 잔혹하다

현재형으로 써도, 장차의 일에 관해 써도

맞닿는 모든 목적어를 과거로 산화(酸化)시켜

떠내려보낸다

추억의 모래톱으로 서서히

망각의 대해로


(벗이여,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기억한다고 말하지 말아다오)


역마살이라 함은,

시간 속을 여행하는 벽(癖)이더라.

어느 것도 떠나온 때의 모습을 지키는 법 없으므로

돌아갈 고향은 단지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을 따름이다.

기억하므로 나는 잊고

잃는다

뒷골목 그려지지 않는 고향도

근황을 묻지 않는 친구도


홀로 산중을 걷다 사람과 마주치는 것보다

시간 속에서 길 잃고 잊혀지는 것이

실은 더 무서운 법

천지가 만물의 여인숙이듯

시간은 저 스스로 영원한 과객이어서

시간여행자에게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

욕심사납게 꾸려온 책들을 읽는다든지

장래를 위해 헤프게,

생산적으로 쓸만한


무릇 공무원이란,

납세자에게 늘 미안해야하는

충실한 납세자 아니겠나

하여

너에게

또 나에게도 미안하구나, 충실하게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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