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下에게
나는 영생을 믿는다만, 요즈음
조용히 관에 누워 편안한 흙 소리내며
썩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른 흙에게 호통치거나 무안주는 일 없이
정직한 씨앗 하나 품에 안았다가
봄이 오는 기척에 언뜻, 싹틔울 수 있다면
화려한 화장(火葬) 아니더라도 시적인 죽음
겪어볼 수 있으련만.
관뚜껑 바라보며
피곤한 허리가 빨리 썩어주기를 기다리다 보면
고교후문 어디께 떨구고는 잊어버린
미완의 싯구들이 불현듯,
가여워 몸서리 치고
눈물 몇 방울 몸 속으로 스며들어 가리.
가리, 평화로운 잠 속으로
생전에 콜레스테롤처럼 과다섭취한 죄가 남아
차돌처럼 반들거리겠지
두엄처럼 폭삭 열받으며 썩어가야
이른봄 바람끝에 매달려온 감기 떨구듯
온갖 번뇌를 잊을 수 있으리
흙이 된 뒤에도
세상의 흔적이 남고
내가 버거워한 세상과 사람들이 남아
몸 부비겠지
근처를 지나는 선지자 있어 외치는 소리 들으면
나의 휘머(femar)나 휴머러스(humorus)는
흰 가루 날리며 희희낙낙 주저앉다말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그들도 벌떡, 음표들처럼 일어서서 춤출런지
내가 부쩍 궁금한 면상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사연을 자네는 이해해 주겠지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