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십년전에는 이대앞 번화가도
당신에게 그런 대로 어울리는
배경일 뿐이더니
이제 배경화면 속으로 녹아들어
윤곽선 사라진 아내여
늘 일인칭인 외로움 품고
내가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가난하게 만든 여자여
돌아누운 등 뒤로 차겁게
파도가 잔다 여전히 당신
웃음은 물빛이다
멀리 흘러온 것 같지만 실은 우리
출발 같은 것은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바늘 돋히는 혀 자주 아파하며
가물가물 타는 화로불처럼
문 닫힌 집을 지키는 나의
닻이여
돛이여
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