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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외근황(塞外近況) 13 / A Day's Trip to New York

posted Aug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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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외근황(塞外近況) 13


1. 뉴욕에 다녀왔네, 볼일 없이


손대는 것마다 단조로워지는 이 거대한 나라, 그러나 명치끝에 맺힌 갑갑증은 어째 더 울울한 것인지 서울 부산이라면 생각도 안했을 왕복 하룻길이지만 지도 위에서 워싱턴 뉴욕은 과천만큼 지척이길래 미 동부 간선도로를 타고 폴 사이먼 노래에 나오는 뉴저지 턴파이크도 타고 미친 듯 후딱 다녀왔는데 역시 맨하탄의 마천루 골목길은 후딱 눈길을 주는 쪽이 더 낯설고 생생하지 꿈에서처럼. 꿈꾸듯 돌아오는 길에 한산한 새벽 고속도로가 종교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즉슨, 휴게소에 주유하러 들렀더니 글쎄 자아(self)라는 글자가 파란 불을 켜고 다짜고짜 노려보는 거야. 하는 수 있었겠나 휴게실서부터 세 시간은 조수석에 파랗게 발광하는 자아를 태우고 와중에도 ‘숨겨진 길’(Hidden Driveway)이니 ‘우회로’(Detour)같은 교묘한 표지판에 혹하지 않고 大路行하여 마침내 인적 없는 거리에 ‘경계’(Borders)라고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큰 형광글자간판이 켜진 서점이 눈에 띄는 걸 보니 내 당분간 살고 있는 포근한 집으로 돌아오긴 온 것이더군 ‘껍질’(Shell) 주유소 길건너.


2. 추신


뉴욕 사는 선배는 그냥 왔다는 바른말을 못 믿고 정말은 왜 왔냐고 묻지 뭔가. 결국 내가 기억하는 미국을 보고 싶어서 왔노라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으니, 내가 무슨 미국을 기억한단 말이며 뉴욕 같은데서 미국이 보일 것이 무엇이겠나만, 어쨌든 선배 가로되 아직 젊군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런 짓이 암만 해도 여물지 못하게 늙어가는 징조인 것만 같단 말이지


A Day's Trip to New York


The continent offers me a life turned dull

and a boredom grown sharper like a heartburn

But I wouldn't have gone on a one-day trip

to the city that doesn't sleep but five hours away

had it not been for the luring naivety of the map

insisting New York is but a city next door.

That's partly why I rode on the New Jersey Turnpike last night

and had an instant glance of Manhattan

one that prefers a glance to a gaze

one that chooses to remain in the realm of dreams.

As if dreaming, I then realized on my way back

what a religious venue the empty turnpike becomes after midnight.

I pulled over my car at a gas station,

where a blue neon light scowled at me yelling "Self!"

There I could not help giving my illuminating self

a hitchhike in the backseat, and drove on

until finally a huge sign saying "Borders" informed me

that I am back to where I belong, home sweet home

by a gas station that reminds me of my saturating "Shell"

 

2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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