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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Jul 3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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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보내준 시, '移徙'는 기대이상이었다. '그간의 서정적 틀을 버린 글'이라는 네 설명이 내 愛好心의 뿌리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이겠지. 나는 왠지 네가 쓴 글 중 감정이 가장 뒤로 물러나 있는 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마 네가 속으로 질러대는 비명을 너무 잘 느낄 수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멀쩡한 귀에 보청기까지 낀 사람이라면 그 앞에서 악을 악을 쓸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굳이 하나 더 이유를 들자면 누추한 일상에 감수성의 확대경을 들이대는 식의 작품을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이번 작품은 그밖에도 기법의 발전이 단연 돋보인다.  역시 자주 써야 기교가 느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운율이 많이 자연스러워졌고("철없을 때는 미처 몰랐었다 / 철새처럼 / 잠시 머물던 자리에도 /단념해야 할 것들 많더구나"), 뜬금없는 표현이 주는 긴장감도 탁월하다("("두고 떠나야 하는 것들이 / 이렇게 가엾고 쓰라린 것인 줄"). 삶에 대한 비극적 통찰은 또 얼마나 잠언적인가...("세간을 정리하는 일은 / 세상을 뜨는 일의 연습", "내 뒤를 밟는 건 늘 나뿐", "내세에서도 고단하게 세간을 풀어야 한다면 / 누가 부활을 꿈꾸겠나만")

 

  이 참에 내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하나 덧붙인다.  나는 왜 그리 moralist적인 글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아마 프랑스의 지적 전통 중에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것이 모랄리스트 전통이리라...) 굳이 흠을 잡자면, 나방이 시 안팎으로 따로 날아다니고 있다는 점. 약간 작품을 고쳐잡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 입장에서는  1편은 매우 좋고, 3편도 괜찮으나, 2편이 좀 처진다는 느낌이다. 소나타라고 생각하면 될 일이기야 하다만.  두 말할 것도 없이 매사에 줄을 늦출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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