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외근황(塞外近況) 5
- 연하장에 대신하여
여기 다시
한 해가 진다 듣자 하니
너도 아쉽기보다는 반가우리라
따뜻한 입김 한 모금 못 남기고
손금처럼 왔던 길을 따라 뒤돌아 선
다사다난의 저 못난 뒤통수가
실은
근사한 우표가 붙은 연하장을
부치고 싶었다
시간에 다 녹지 못한 앙금들이
마음 밑바닥에 숙제처럼 남더라도
여전히 모든 무도(無道)함을
무던함으로 넘겨야 하더라도
와중에 한 걸음 더 깊이
유혹의 시절 속으로 내딛더라도
꼭 우표가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단단히 붙은 연하장을
네게 부치고 싶었다
그러나
기특한 일을 꾸미기에는 아마도
지나치게 무던해진 것이리라
이 무도한 무던함의 와중에
너의 격려와 위로 없이
어떻게 겨울을 났으랴
고마움에 겨워 하마터면
희망과 용기로 새해를 맞자
라고 말하고 싶다
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