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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인

posted Sep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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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인


홍서기관은 보험회사 손해사정인을 기다린다

영사관에서 일어난 작은 화재는

철제 휴지통 하나를 태웠을 뿐 그러나

스프링클러는 4층 건물 전체를

있는 힘껏 물바다로 만들어

뉴욕에서 내려오는 손해사정인은

물먹은 컴퓨터와 물먹은 복사기

물먹은 가구들을 둘러보고

물먹은 피해액을 셈해줄 것이다


사랑이 그러하듯

예기치 못할 일들은 때로

예방조치가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

어느 날, 이를테면

눈비오거나 휴지통에서 연기 나는 날

보호받는 자를 발끝까지 적시고

주저앉히는, 두려워함의 두려움

위험을 피하는 일의 칼끝 같은 위험


피해액이 너무 낮게 평가되지 않도록

사정할 태세로

홍서기관은 손해사정인을 기다린다

홍서기관의 고향집에는

해외근무 나오면서 떼어놓고 나온

그의 아내가 두 살박이 딸과 함께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중 누가 기다리지 않는가

물먹은 가슴에 넉넉히 값을 매겨줄 사람을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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