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2 아내는 말의 입 대신 말의 귀로 말한다 침팬지처럼 등 돌리고 저녁잠 많은 아내가 내 등을 긁어주면서 이웃집 여자나 백화점 세일에 관해 말할 때 나는 하루의 미망에서 깨어난다 가끔은 몇 해 전 술잔을 앞에 두고 자신의 아내를 올빼미라고 부르던 선배를 떠올린다 아내여 당신을 향한 내 사랑에는 귀가 있던가 혹시 내 사랑은 마른 입술만을 가진 것이 아닐까 2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