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외근황(塞外近況) 21

posted Sep 09,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새외근황(塞外近況) 21


성급한 봄의 아침이여 훈련소의 신병들처럼 머리를 깎고 도열한 나무들이여 철없이 소란스레 물오르는 연녹빛 싹들이여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다만 헤어짐이다 물가에 남겨진 발자국 속 지난 밤 일몰이 휘황하게 그려 놓은 몇 조각 붉은 기운 같은 헤어짐이 아니라 차마 기약은 못하고 돌아보는 비리고 여린 저 바람 같은 헤어짐이 아니라 가지런한 것들을 다 흩고 찢어 사바세계를 더럽히고 어지르는 헤어짐이다 맞닿은 인과(因果)를 베어내는 날선 칼이다 예고 없이 찾아와 머무는 이여, 답 없는 질문을 견디며 쉬지 않고 날 위에서 꿈꾸는 자여, 춤추는 자여

 

 

20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