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감량기(減量記)
몸을 쓰다듬는 바람의 기운이 전같지 않아
체중계를 사들고 와 올라서 보니
두 달 전보다 십킬로가 줄었다
풍속(風俗)대로라면 축하받아 마땅할 일이겠으나
다이어트건 운동이건 멀리하고 사는데도
제 깜냥대로 감량하는 체중이라
마땅치가 못하다
하긴
이번에는 서울을 떠나면서
많이 내려놓고 오기는 했다
묵직한 후회도 눈썹 환해지는 기대도
풍속(風速)의 강약을 나 몰라라 질주하던 삶의 속도도
이왕 내려놓은 김에 눈감고
마일즈 데이비스를 듣고 있다 보면
혹독한 것들 하나 둘 눈감아 지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도 용서되고
그리움의 부력(浮力)으로 성긴 뼈 채워진다
조금씩 더 가벼워져 공중에 두 발이 뜨고
물처럼 낮은 데로 흐르는 세월
찬찬히 거슬러 보다가 결국
비누방울 터지듯 세상 뜨고
고향 앞바다 수평선 위로는
나를 본 적 없는 해와 달이 뜨리라
비록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바지들 난감하지만
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