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그는

posted Apr 30,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그는


그는 엑스트라였는데 어디였냐 하면

척 노리스가 기관단총을 들고 모퉁이를 돌때쯤

죽어간 십 수명중 가장 큰 반원을 그리던

가죽점퍼 차림이었지

감히 주인공에게 총을 들이밀다가는

당연스레 쓰러진 그의 주검을

라스트 씬 까지는 잊고 있다가

척 노리스 모양 극장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4-5초간 마주친 그의 삶과

애도하지 않는 나의 삶이


그래서 얘긴데

그는 추위 잘타는 뉴욕 시민이었을 수도 있고

불효자식일수도 후례자식일수도 있겠지만

이태원에서 가죽잠바 사 걸치고

껄렁하게 싸움도 더러 하고

소주도 곧잘 사곤 하다가

외롭게 이민간 내 친구였을수도 있지 싶었을땐

뭐라 할 말이 없더군


누군들 단역으로 남고 싶겠나

그저 공허하게 반원을 그리며

스크린에서 사라지고 싶겠나

휘적휘적 돌아가는 길에서 얼핏

그를 본 듯도 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듯도 하군 그래

 

 

1987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6 꽃을 그리는 법 2008.04.11 1233 16
135 봄비 2008.04.12 43868 23
134 2008.04.16 1058 22
133 戀詩 2008.04.22 3136 34
» 그는 2008.04.30 1043 20
131 바다 2008.05.06 1184 19
130 愚下에게 2008.05.12 1244 26
129 聖地에서 2008.05.12 1209 40
128 愚下에게 2008.05.12 1070 33
127 맨하탄의 달 2008.05.12 1131 16
126 머스캇의 달 2008.05.12 1058 15
125   →feedback 2008.07.31 999 29
124 일산(一山)의 달 2008.05.12 1293 20
123   →feedback 2008.07.31 1011 31
122 봄날은 간다 2008.05.21 1208 17
121   →feedback 2008.07.31 1054 25
120 날짜 변경선 2008.05.22 1088 26
119   →feedback 2008.07.31 1090 36
118 이사(移徙) 2008.06.04 1222 34
117 홍대 앞에서 2008.06.16 1167 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