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하구(河口)

posted Feb 11,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하구(河口)
- 맨하탄 이스트리버 강변에서

사니까
살아지더구나
이쁘고 환한 것들 다 지나가고
무겁고 어려운 것들만 남아
중년의 일상이란
마실수록 뻑뻑해지는 미숫가루물 같기도 하고
강언덕 뻘 위를 걷는 더딘 보행 같기도 하더라만
휘적 휘적
서툰 걸음걸이로도
살자니 살아지더구나

이월 찬란한 겨울의 끝
안개 자욱한 강둑에 서서
물소리에 귀 기울이니
고가도로 위를 지나는 자동차들이
고향 밤바다의 파도소리를 내더라
저만치서 왔다가 가고
또 가고

안개의 속살을 콕콕 찌르는
저 나목의 잔가지들은
얼마 후면 거짓말처럼 꽃을 다시 피워낼 테지만
내려놓을수록 더 무거워지는
공복(公僕)의 길을 걷다 보니
비겁한 짓을 저지를 용기마저
이슬처럼 선선히
사라지더구나




                                                       2013년 2월 10일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6 戀詩 2008.04.22 3136 34
135 흰머리 멧새 2008.08.24 1077 25
134 흐린 날의 노래 2008.08.06 1040 32
133 후쿠시마, 3월 2011.04.22 1251 40
132 홍대 앞에서 2008.06.16 1167 33
131 행운목 2008.09.14 1137 57
» 하구(河口) 2013.02.11 1201 34
129 푸른 산 file 2008.09.14 1107 77
128 추운 날의 노래 2017.11.07 6699 3
127 체리 블라섬 2008.09.14 1218 56
126 철골처럼 가라앉은 2008.09.02 928 25
125 창란젓 2008.09.14 1213 61
124 차돌 2014.08.12 895 24
123 차가운 날의 노래 2008.09.02 1042 26
122 짧은 날의 노래 / A Short Day's Song 2008.09.09 771 36
121 조용한 날의 노래 2008.09.04 821 30
120 자카르타에는 오리가 산다 2008.09.14 1146 57
119 일산(一山)의 달 2008.05.12 1293 20
118 일기예보 2010.06.06 1089 71
117 이사(移徙) 2008.06.04 1222 3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