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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휴일

posted Jun 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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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휴일

 

낯선 세월과 낯가림을 멈추고

떨리는 심정으로

혜화동 로터리에서 덕수궁까지

남산에서 다시 종로삼가로

생략할 수 있는 거리는 없다 걷다 보면

공사현장이 막아선 고궁의 돌담길

아낙들은 남편을 살해할 방법에 관해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서로의 사진을 찍는다

필경 내가 차마 찍지 못한 사진들 속에

움트지 못한 내 사랑이 다 들어 있었으리라

낙원상가에서 수수한 기타 한 대를 만나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여섯 줄처럼

우리 생애를 이어주는 끈이 팽팽하기를 빌던

천도교 수운회관 앞

그 뜨겁던 후천개벽의 뙤약볕

걸으며 덜어낸 욕망만큼 가벼워진 몸

조금씩 높은 곳으로 떠올라

가여운 야경의 왜소함을

발 아래 굽어보던 공휴일

특별한 우리 서울시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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