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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

posted Sep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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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목


희망처럼 겸손해 보이는 것들 모두

알고 보면 얼마나 고단한 안간힘이냐

얕은 물에 발만 담가도 여린 싹 틔워내며

질기게 살고 싶다, 나도

고향친지를 오래 떠나 여러 나라를 집이라 부르며

살아 보고야 알게 되었다

건설현장 폐자재처럼 먼지 뒤집어쓰고

발에 채이던 짜투리 나무조각도

안 보이는 실뿌리 보듬어 안고

제 나름의 하루를

또 하루를 사는 중이라는 것을

현자가 풀어 쓴 권리나 의무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마른 몸에

나이테처럼 손금 깊어지고 눈주름 늘어나면

둥치에서 잘려 나온 가지도 깜냥껏

자루 가득 부처가 된다는 뜻일 뿐이다

가만, 귀 밝히면

목재(木材)들이 저마다 원산지의 우기(雨期)

밀림을 에워싸던 비바람 짙은 목소리를 기억하고

줄기에 둥지 틀었던 짐승들의 전언을 들려주는 것은 다

뿌리 내리지 못할 핑계를 지닌 나무토막이란 없기 때문이다

내 사무실에 놓아 둔 간소한 화분 위에서

행운은 요행이 아니다

밑둥 끊긴 줄기가 한결같이 꾸는 꿈이다

그 짧고 단단한 뼈다

 

2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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