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愚下에게

posted May 12,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愚下에게


나는 영생을 믿는다만, 요즈음

조용히 관에 누워 편안한 흙 소리내며

썩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른 흙에게 호통치거나 무안주는 일 없이

정직한 씨앗 하나 품에 안았다가

봄이 오는 기척에 언뜻, 싹틔울 수 있다면

화려한 화장(火葬) 아니더라도 시적인 죽음

겪어볼 수 있으련만.


관뚜껑 바라보며

피곤한 허리가 빨리 썩어주기를 기다리다 보면

고교후문 어디께 떨구고는 잊어버린

미완의 싯구들이 불현듯,

가여워 몸서리 치고


눈물 몇 방울 몸 속으로 스며들어 가리.

가리, 평화로운 잠 속으로


생전에 콜레스테롤처럼 과다섭취한 죄가 남아

차돌처럼 반들거리겠지

두엄처럼 폭삭 열받으며 썩어가야

이른봄 바람끝에 매달려온 감기 떨구듯

온갖 번뇌를 잊을 수 있으리


흙이 된 뒤에도

세상의 흔적이 남고

내가 버거워한 세상과 사람들이 남아

몸 부비겠지


근처를 지나는 선지자 있어 외치는 소리 들으면

나의 휘머(femar)나 휴머러스(humorus)는

흰 가루 날리며 희희낙낙 주저앉다말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그들도 벌떡, 음표들처럼 일어서서 춤출런지


내가 부쩍 궁금한 면상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사연을 자네는 이해해 주겠지

 

 

1990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36 푸른 산 file 2008.09.14 1107 77
135 Sonnet for a Befallen Petal 2009.06.11 27651 74
134 일기예보 2010.06.06 1089 71
133 사소한 날의 노래 2010.06.06 1202 69
132 내 사랑의 비결은 2010.06.06 1334 67
131 창란젓 2008.09.14 1213 61
130 발리에서 2008.09.14 1027 60
129 불확정성의 법칙 / Indeterminacy Sonnet 2008.07.31 3141 59
128 자카르타에는 오리가 산다 2008.09.14 1146 57
127 행운목 2008.09.14 1137 57
126 체리 블라섬 2008.09.14 1218 56
125 서울의 공휴일 2010.06.06 1053 54
124 海猫や何を目指して向き直る file 2012.07.12 1247 48
123 熱帶花 2008.09.14 9361 48
122 새외근황(塞外近況) 25 / For Amelia 2008.09.14 108852 44
121 静岡は誰にも知られず虹の下 file 2012.07.12 1321 43
120 送辭 2011.04.26 1231 43
119   →feedback 2008.09.14 1039 43
118 손해사정인 2008.09.14 1060 43
117 바람 부는 날의 노래 / Sonnet on a Windy Day 2008.09.14 8528 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