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7星호텔 뒤로 부동산버블 ‘먹구름’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수십만명도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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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바이 투자액의 65%는 사우디·쿠웨이트·이란 등지에서 온 오일달러. 자칫 유가가 떨어지거나,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되면 일거에 ‘버블(거품)’이 꺼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국영개발공사인 에마르(EMAAR)를 필두로, 두바이 증시는 작년 11월 1267.32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을 거듭, 최근에는 470선에 주저앉았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9.11테러 이후 미국 내 아랍권 자금 1800억달러 중 불법·음성 자금이 대거 두바이에 들어오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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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두바이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작년 한 해 현지 임대료가 평균 40% 가량 급등했고 올 들어서도 15%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두바이의 간선 대로인 ‘셰이크 자에드’에 있는 사무실 임대료는 3년 전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집값도 올라 C사의 현지법인장은 “연세(年稅)가 작년 12만 디르함(3600만원 정도)이었으나 올해는 20만 디르함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무리한 개발 사업도 속출하고 있다. 두바이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3개를 추진하고 있다. 지름 5.5㎞에 2500채의 빌라와 25개의 호텔 등이 들어설 첫 번째 인공섬 ‘팜 주메이라’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도 분양받았다고 하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매립지반이 약하고 오·폐수 처리시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양을 취소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인공섬인 ‘팜 제벨알리’는 공사 진척이 늦어지고 있고, 최대 규모인 세 번째 인공섬 ‘팜 데이라’는 개발이 보류된 상태다.
두바이의 한 한국 교민은 “요즘 두바이에서는 ‘사우디가 돈을 빼면 망한다’느니 하는 루머가 돌고 있다”면서 “그런 루머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시금석이 바로 ‘팜 주메이라’의 성공 여부”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현지인 위주의 외자유치 전략=두바이는 철저하게 30만명에 이르는 자국민 중심 사회다. 한때는 유학비용까지 모두 국가에서 대주고, 결혼을 하면 보조금도 주었다. 현대건설 두바이 주재 오건수 상무는 “두바이가‘왕의 나라’란 점을 잊으면 안 되며 관료주의가 강해 안전승인 등 인허가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두바이는 법인세나 소득세가 없다지만, 스폰서 비용을 비롯한 준(準)조세가 많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반드시 두바이 현지인을 스폰서로 두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300만원에 가까운 스폰서 비용을 매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에게 스폰서 비용을 받아 놀고먹는 현지인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곳에 ‘주마’라는 스폰서 법인을 두고 영업활동을 해왔다. 최근 두바이 당국에서 이런 고충을 알고 인터넷 시티를 비롯한 자유무역지대를 많이 만들고 있지만, 아직 스폰서 비용 부담은 만만찮다. 또 현지인에게 피해나 손해를 입히는 비즈니스는 상상할 수 없다.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두바이에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온 수십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사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의 월급은 평균 20만~30만원 선. 공사장 인근 허름한 합숙소에서 잠을 자거나, 아니면 두바이보다는 물가가 싼 인근 토후국인 샤자에서 출퇴근한다. 이 때문에 두바이의 출퇴근 전쟁은 서울보다 더 심각하다. 현지에서 만난 파키스탄 근로자는 “돈 벌어 고국에 송금하고 있지만 너무 힘들다”면서 “밤에 두바이의 화려한 야경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저임금과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데모도 매월 10여건이 넘는다. 하지만 파업 자체가 불법이고 파업 노동자는 곧바로 추방시킨다. 그러나 두바이는 현실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외국인 근로자 문제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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