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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2(1)

posted Oct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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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기계로 찍는 사진

   “사진촬영은 다양하고 모호한 과정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의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뿐이다. ... 우리에게 카메라는 단지 작고 예쁜 장난감 기계가 아니라 우리 눈의 연장으로서의 도구다. 우리의 목적에 부응하도록 만들어진 카메라를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조리개나 셔터 속도 등을 조절하는 일은 자동차의 기어를 조작하는 것처럼 반사적인 행동이 되어야 한다. 정말 어려운 부분은 지성과 감성이기 때문이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2‐1 카메라는 선생님

저의 첫 카메라는 니콘 F3였습니다. 직장을 구한 직후에 카메라를 장만한 덕분에 과분한 시작을 했던 셈이죠. F3는 셔터의 개방을 배터리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동 카메라 체계입니다. (자동 초점이나 프로그램 촬영 모드가 없다는 뜻입니다.) 제게 굳이 이 카메라를 골라주신 분은 화가이신 외삼촌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카메라를 장만하던 90년대 초만 해도 고등학생들조차 전자동 SLR 카메라를 적잖이 들고 다니던 시절이라서, 당초에는 저도 그런 카메라를 샀으면 했습니다. 쉭‐쉭 야트막한 기계음을 내면서 저절로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들이 있잖습니까. 그런데 삼촌이 저를 타이르셨습니다. 

    “사진을 배우려면 노출계를 보면서 셔터와 조리개를 수동으로 조작해 보는 것이 좋다더라.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 얘기가, 초점도 기계가 맞추는 것보다 숙달된 사람이 손으로 맞추는 게 훨씬 빠르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걸로 시작해 보는 게 좋을 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우리 외삼촌이 옳으셨습니다. 저는 제가 사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을 F3 카메라로부터 배웠으니까요. 체계적으로 사진을 배우는 대신 무사독학으로 카메라에 의존해서 찍어댔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가 좀 더 고기능성 카메라를 구입해서 처음부터 자동 초점기능이나 프로그램 모드로만 촬영했다면 저의 사진 공부는 훨씬 더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경험이 최고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데, 저 역시 그런 어리석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진기의 기능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는 수동조작을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셔터를 한 칸 느리게 했을 때 어느 정도로 동작이 뭉그러지는지, 조리개 한 칸이 어느 정도의 밝기를 의미하는지를 직접 실험해 보지 않으면 알 길이 없습니다. 자기가 의도한 바를 사진에 담아낼 수 있으려면, 자기가 찍은 사진이 왜 그렇게 찍혔는지를 설명할 수도 있어야 할 거 아니겠습니까?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면 어쩔 수 없이 기계와 사귀어야 합니다. 카메라와 사이가 좋으면 좋을수록, 사진사는 능숙하게 사진을 찍게 됩니다. 

이게 바로 사진 촬영이라는 취미의 첫 번째 관문입니다. 기계와 별로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지레 겁먹게 만들어버리는 거죠. 그러나 겁부터 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카메라의 핵심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란 것은,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2‐2 기계는 고마운 친구

저는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되도록 조리개와 셔터와 초점을 수동으로 조작해볼 것을 권한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죠. 흠... 그러자면 SLR이나 레인지파인더(rangefinder) 방식의 카메라가 있어야겠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남들에게 DSLR 카메라를 권하는 편인데, 어떤 카메라로 시작하는 게 좋냐는 문제는 긴 얘기가 되겠으므로 뒤에 좀 더 자세히 쓰기로 하고 일단 넘어갑시다. 이 대목에서 제가 강조하려는 이야기는, 제가 수동카메라 지상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고요? 수동으로 조작하는 카메라가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하더니만, 지금은 또 딴소리를 하냐고요? 딴 소리가 아닙니다. 수동조작 카메라는 좋은 길잡이고,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그러나 수동 노출이나 매뉴얼 포커스가 항상 자동 노출이나 오토 포커스에 비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꽤나 경륜이 깊은 전문 사진작가들 중에도 이런 이상스러운 믿음에 빠진 분들이 많습니다.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에 의존하는 건 작가로서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니 자신의 느낌(뇌출계?)만에 의존하라든지, 자동 초점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은 진정한 사진가가 아니라든지 하는 등등의 고집 말씀입니다. 이런 분들을 저로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카메라라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만드는 것이 사진인데, 어디 까지는 괜찮고 어디서부터는 안 된다는 식의 태도는 불필요한 가식이 아닐까요?

물론, 자동초점 모터보다 빨리 손으로 렌즈를 조작해서 순간을 포착하는 분은 틀림없이 고수일 겁니다. 노출계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조작해서 좋은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사람은 수많은 연습과 훈련을 거친 백전노장일 터입니다. 카메라를 친숙하게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은 사진 실력에 비례하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카메라의 각종 자동기능을 폄하하고 백안시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산업혁명 시절에 영국에서는 기계 덕분에 일자리를 잃은 러드(Ludd)라는 사람과 그 일행이 기계를 두들겨 부수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러드는 실존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래로 기계문명에 대한 반감을 품은 사람들을 러다이트(luddite)라고 부르게 되었죠. 저는 사진애호가들이 러다이트가 아니길 빕니다. 반기계적 태도는 반문명적이고, 반진보적이며, 따라서 반지성적인 경향을 띠기 마련입니다. 붓이나 연필만을 사용하는 다른 예술가가 시대착오적인 반문명적 태도를 보인다면 나름 이해가 가겠지만, 카메라라는 최첨단 기계에 의지하는 사진가가 기계장치를 폄하한다면 그건 모순입니다.

아마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들 중 기계에 대한 반감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영화일 겁니다. 영화 속에서 사라와 존 모녀는 목숨을 걸고 비정한 기계들과 한판 승부를 걸죠. 그런데 이들을 돕는 것도 기계인간이에요. 사람은 기계의 도움 없이는 기계와 싸울 수 없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인간과 도구 사이의 자가당착적인 애증관계를 그리는 영화가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물질만능주의적인 자본주의 문화를 공격하겠다는 테러리스트들조차 태연자약하게 인터넷으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핸드폰으로 폭탄을 작동시킵니다. 이게 뭡니까! 9‐11 테러에 가담했던 어느 범인은 심지어 범행에 사용했던 차를 렌터카 회사에 반납하면서 보증금을 되찾아가기도 했습니다. (그 덕에 이 자는 검거되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경멸한다고 믿는 사회제도 속에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스며들어 있는 법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얼치기가 되고 마는 거죠.

사진가가 자신의 ‘기계’에 대해서 올바른 태도를 가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제가 수동조작을 권하는 건, 카메라를 되도록 빨리 지배하시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모르고 쓰면 카메라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알면서 쓰면 지배하고 활용하는 거니까요. 일단 카메라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거꾸로 마음껏 기계의 자동기능을 활용하시라고 권하고 싶군요. 카메라를 들고 머릿속으로 노출을 고민하고 손으로 렌즈를 조작하는 시간을 아껴서 영상의 구도를 고민하고 순간을 포착하는 데 쓴다면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제발 “자동노출에 의존하는 것은 풋내기”라든지, “초점은 역시 손으로 맞춰야 사진 맛이 난다”든지 하는 식의 고집은 멀리하시기 빕니다. 서구문명을 증오한다면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테러리스트처럼 얼치기가 되지 않으시려거든 말입니다.

2‐3 어떤 카메라를 사는 게 좋을까?

카메라를 구입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우선 비싸니까요. 하지만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에요. 앞으로 당신의 작품의 품질과 습관과 경향을 상당부분 좌우할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겁니다. 신중해야 한다고는 해도, 실제로 경험해 보기 전까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운명에 맡겨야 하죠. 그런 점에서 결혼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할까요. 카메라야, 돈만 있다면 종종 바꿔 가면서 다양한 모델을 섭렵해보는 게 도의적인 흠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결혼과 전혀 다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가장 마음에 드는 카메라가 여러 대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카메라를 무턱대고 주워섬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닌 것들부터 지워나가는 편이 좋겠네요. 우선 크기를 기준으로 보자면 카메라는 대형과 중형, 소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형 카메라는 사진관에 가면 아저씨들이 손에 든 플래시를 터트려 가며 돌 사진이나 회갑사진을 찍는 바로 그 물건입니다. 필름 위에 찍히게 될 영상을 직접 파인더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대형 카메라는 일명 “뷰 카메라(View Camera)”라고도 합니다. (뷰파인더 역할을 하던 바로 그 자리에 필름을 끼운다는 얘깁니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하면서 이런 카메라를 살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일단 제외.

중형 카메라(Medium‐Format Camera)는 폭이 6cm인 필름을 쓰는 카메라를 말합니다. 기종에 따라 6x4.5cm, 6x6cm, 6x7cm, 6x8cm, 6x17cm 사이즈로 사진이 찍히도록 설계되어 있죠. 중형 카메라는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들고 다니긴 너무 커서 불편한데, 굳이 이것을 쓰는 이유는 필름이 큰 만큼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형 카메라 중 가장 작게 사진을 찍는 6x4.5cm도 소형 카메라에 사용되는 35mm 필름에 비하면 세 배나 크기 때문에 대형 광고사진 같은 용도에 적합합니다. 사진의 품질만 생각한다면 핫셀브래드(Hasselblad), 롤라이(Rollei), 콘탁스(Contax), 마미야(Mamiya) 등에서 제작한 중형 카메라도 욕심을 내볼만 합니다. 하지만 광고 같은 상업사진을 찍을 목적이 아니라면 그런 욕심은 일단 접어두는 편이 낫겠죠.

소형카메라가 넓은 사용자층을 저변으로 삼아 고도의 자동화를 이룩한 데 비하면, 중형카메라는 교환용 렌즈도 그다지 다양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자동화 수준도 뒤쳐지는 편입니다. 필터나 모터 드라이브 같은 액세서리들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점은 다 무시하더라도 몸집이 크고 무거워 휴대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이런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다가는 얼마 못가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일 자체에 질려버릴 지도 모릅니다. 사진은 카메라로 찍지만, 좋은 사진은 손발로 찍습니다. 영미권 사진기자들 사이에는 “F8 and be there”라는 격언이 있다더군요. 조리개는 그냥 무난한 F8 정도면 되니까 세세한 기술적 사항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의미 있는 피사체가 있는 현장을 찾아갈 노력이나 열심히 하라는 뜻이랍니다. 백 번 지당한 충고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발품을 파는 일은 특히 중요하므로,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건 카메라로서는 결코 작은 결함이 아닙니다.

자, 그러면 결국 소형 카메라만 남았군요. 다 고른 거나 다름없다고요? 천만의 말씀. 소형 카메라는 영상의 인화방식에 따라 ① 필름 카메라와 ② 디지털(digital) 카메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가 더 낫냐 아니면 디지털 카메라가 더 낫냐 하는 문제는, 필름이란 게 대체 뭔지 간략히 설명을 한 뒤라야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 일단 좀 뒤로 미루겠습니다. 카메라의 작동 방식으로 말하자면 소형 카메라는 ① 컴팩트 카메라와 ② 일안반사식(SLR) 카메라, ③ 레인지파인더(Range Finder) 카메라 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자, 여기서부터는 어려운 선택입니다.

<컴팩트 카메라>

컴팩트 카메라는 이른바 “똑딱이”라고도 부르는, 소형 전자동 카메라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point‐and‐shoot’ 카메라라고 부르는데, 휘익 갖다 대고 똑딱 찍으면 되는 자동 카메라라는 뜻이죠. 날이면 날마다 전 세계 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판도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습니다. 어느 카메라가 좋다고 권하는 순간 바로 낡은 카메라가 되어버리는 형국입니다. 요즘 컴팩트 카메라의 대세는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었습니다. 500만 내지 800만 화소를 훌쩍 넘는 요즘 컴팩트 ‘디카’의 성능은 쉽사리 얕잡아볼 것이 아닙니다. 필름용이건 디지털이건 간에, 컴팩트 카메라의 장점은 간편성에 있습니다.

거의 언제나, 어디나 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우연한 풍경이나 사건을 놓치지 않도록 해줍니다. 작고 귀여워서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낯모르는 사람들을 스냅 사진으로 찍는 데도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낯선 행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 할 때 굵직한 렌즈가 달린 시커멓고 커다란 카메라를 요령 없이 들이댄다면, 잘 해야 경계심 어린 표정을 사진에 담을 것이고, 잘못하면 왜 내 사진을 찍냐고 따지고 들거나 싸움이 붙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아는 아마추어 사진가 중에는 고집스럽게 컴팩트 카메라만 사용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컴팩트 카메라의 결정적인 단점은 작가의 섬세한 의도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자동화가 지나치게 집적되어 있어, 초점 심도나 동작에 변화를 표현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컴팩트 카메라 중에도 더러 조리개나 셔터 속도를 조절하게끔 만들어진 것도 있긴 하지만, 컴팩트 카메라를 손에 든 사진가는 그저 카메라가 찍어주는 대로 찍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압도적인 간편성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자신의 창작 욕구가 만족되었다고 생각할 사진가는 많지 않을 겁니다.

집안의 공용 필수품 삼아 컴팩트 카메라는 (너무 비싸지 않은 걸로) 하나쯤 장만해 두면 좋습니다. 메뉴를 통해 셔터 속도와 조리개 구경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면 더 좋겠습니다. 컴팩트 카메라의 편리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진을 진지하게 찍어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역시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레인지 파인더 또는 일안반사식 카메라가 제격입니다.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레인지 파인더(Rangefinder) 카메라란, 쉽게 말하면 카메라 몸체에 따로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피사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초점이 맞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카메라를 말합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필름에 가서 닿는 ‘구멍’이 중앙에 나 있고, 이것과는 별도로 카메라 위쪽에 나 있는 ‘구멍(또는 창)’을 통해 사진가가 피사체를 조준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구멍을 ‘레인지 파인더’라고 부르는 것이죠. 초창기에는 뷰 파인더가 따로 있고, 별도로 거리(range)를 측정하는 거리계가 추가로 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은 뷰 파인더가 초첨계와 거리계, 노출계를 겸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19세기부터 대중화된 소형 카메라가 레인지 파인더 방식이었으므로, 이 카메라는 고전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수많은 제조사들이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를 만들고 있는데, 렌즈가 고정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렌즈 교환형 35mm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는 라이카(Leica), 코니카(Konica), 코시나(Cosina), 콘택스(Contax) 등 네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35mm 필름용 레인지 파인더의 최고봉은 독일 라이카(Leica)의 M 시리즈(M6, M7)라는 데 별로 이견이 없습니다. 당연히 호되게 비쌉니다.

레인지 파인더의 장점은, 첫째, (성능에 비해) 작고 조용하다는 점이이에요. 뒤에 설명하겠지만, 일안반사식 카메라는 내부에서 거울이 여닫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셔터가 여닫힐 때 “철커덕” 소리가 나는데, 레인지 파인더의 경우 이런 장치가 필요 없는 덕분에 “췩‐”하고 찍히는 거죠. 정숙을 요하는 생태계 사진이나 무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레인지 파인더를 선호합니다.

둘째,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통로와, 사진가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통로가 서로 다릅니다. 일안반사식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필름 위에 어떤 영상이 기록될지를 정확히 알면서 찍게 해 줍니다. 그런데 레인지 파인더를 통해서 눈으로 바라보는 피사체는 렌즈를 통해서 필름에 비취는 영상과는 (두 구멍이 서로 떨어져 있는 만큼) 차이가 납니다. 이걸 시차(視差, parallax error)라고 부릅니다. 그게 단점이지 무슨 장점이냐고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의 애호가들은 바로 이 차이점 때문에 열광합니다. 그 차이점을 상상력과 경험과 실력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죠. 렌즈의 특성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메마른 현실을 조준하면서 상상력을 동원해서 작품을 찍는다고 해서, “의식의 흐름을 찍는 카메라”라는, 다소 과장되게 들리는 찬사를 받기도 하는 카메라입니다. 

셋째, 일안반사식 카메라는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사진이 찍히는 동안)에는 거울이 뷰파인더를 가려버리기 때문에 파인더를 통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셔터를 오랫동안 개방해야 하는 사진에는 썩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레인지 파인더는 닫히는 법이 없으므로, 이런 문제가 전혀 없는 거죠.

장점만 있느냐? 그럴 리가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의 단점을 꼽아보자면, 첫째, 렌즈를 통해 보는 것과, 필름에 비추는 그림이 다르다는 시차(視差)입니다. 이건 장점이기도 하면서 단점도 되는 것이죠. 적당히 떨어진 피사체를 찍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아주 가까운 물체에 렌즈를 들이대고 찍는 “접사”에서는 큰 불편함이 됩니다.

둘째, 렌즈 교환식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는 종류가 많지 않고 가격대도 고루 높습니다. 있더라도 교환용 렌즈의 종류가 일안반사식 카메라만큼 다양하지 않습니다. 줌 렌즈는 아예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배율이 높은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는 레인지 파인더라는 좁은 구멍에 비친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저로선 초보자들에게는 디지털 카메라를 권하고 싶은데, 디지털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는 종류 자체가 몇 되지 않습니다. 엡슨(Epson)사가 “세계최초의 렌즈 교환식 디지털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를 출시한 것이 2004년이 되어서였거든요. 그러니까,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를 선택한다는 건 ‘거의 확실하게’ 붙박이 렌즈가 달린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서 다양한 렌즈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고전적인 사진을 찍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셋째, 위에서 설명한 장점들 중에서 경험을 요한다는 대목이 있었죠? 이것은, 초보자들에게는 거꾸로 단점이 되어버립니다. 상당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마음껏 활용하기에 어려운 카메라라는 뜻입니다. 필터라도 쓸라 치면 그것이 필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선 필름을 현상해 봐야 하고, 사진 실습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그 시행착오 과정에서 지쳐버리면, 카메라는 서랍 속에서 먼지를 모으는 물건으로 전락하기 십상이에요. 하지만 긴 시행착오를 통한 느린 훈련의 과정이 꽤 멋지다고 생각되시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천상 레인지 파인더와 궁합이 잘 맞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안반사식 카메라>

자, 그럼 남아 있는 한 가지를 살펴봅시다. “일안반사식(Single‐Lens Reflect: 이하 ‘SLR')”이라는 골치 아파 보이는 이름을 가진 기종이에요. 이 카메라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시차(視差)를 극복하기 위해서 복잡한 거울을 내부에 덧댄 카메라입니다. 렌즈를 통해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는 영상이 중간의 거울을 통해 윗부분으로 비치고, 다시 펜타프리즘(penta‐prism)이라는 장치에 두 번 이상 반사되어 뷰 파인더로 비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펜타프리즘이라는 부품 때문에 SLR 카메라는 정수리 부분이 위로 툭 불거져 나와 있어요. 왜 굳이 “일안” 반사식”이라 걸 강조하게 되었느냐 하면, 필름이 보는 렌즈 따로, 사람이 보는 렌즈 따로 있는 “이안반사식(Twin‐Lens Reflect)” 카메라(주로 중형)라는 것도 있기 때문이죠.

셔터 개방 버튼을 누르면 렌즈와 필름 사이에 있는 거울이 잠간동안 위로 들려 올라가고, 그 동안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거울이 셔터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더러 계신데, 셔터는 따로 있습니다.) 이런 구조상의 이유 때문에, SLR 카메라는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아주 잠간의 시간 동안에는 뷰 파인더가 깜깜해집니다. 막상 영상이 필름에 가서 닿는 순간에는 사진가는 영상을 못보고, 그 영상은 필름에 가서 닿는다, 이런 말씀입니다.

요즈음은 가히 35mm SLR 카메라의 전성시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40‐50년 동안 SLR은 줌렌즈와 자동 포커스의 등장을 통해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에, 오늘날에 와선 “괜찮은 카메라”라고 하면 SLR을 의미하게끔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죠. 이렇게 널리 쓰일 줄 진작 알았더라면 SLR이라는 난삽한 이름 말고 좀 더 호감이 가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까요?

SLR 카메라의 최대의 장점은 보이는 그대로 찍힌다는 겁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이 그대로 뷰 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거죠. 사격에 비유를 하자면, 총 위에 덧붙은 가늠쇠를 보면서 목표물을 조준하는 게 아니라, 정확을 기하기 위해 총구 속에 든 총알의 시점에서 목표물을 바라보도록 만들어 놓은 셈이에요. 이런 방식을 “through‐the‐lens(TTL)”라고 표현하는데, 알고 보면 단순한 얘깁니다. 바꿔 말하면, SLR의 혁신은 종전의 다른 기종 카메라들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시차(視差; parallax error)를 극복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성취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느낄 지도 모릅니다. 광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요새는 똑딱이 카메라들조차도 실제로 찍힐 영상과 동일한 영상을 카메라 뒷면의 LCD 판을 통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죠. 그러면 SLR이 똑딱이보다 나을 것도 없다는 얘기가 되나? 물론 아닙니다. 컴팩트 카메라는 20mm 안팎의 초점거리를 가진 소형 렌즈가 붙박이로 장착되어 있고 줌의 배율도 그리 크지 않지만, SLR은 렌즈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에도 렌즈 교환방식이 있긴 하지만 SLR 카메라처럼 다양하고 방대한 종류의 렌즈가 개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SLR은 다른 소형 카메라 기종에 비해 크고 무거우며, 미러 움직이는 소리, 금속제 셔터막 소리, 조리개판(diaphragm) 여닫히는 소리, 오토 포커싱 모터 소리 등 때문에 “위잉‐철커덕‐쉬익!” 요란스럽다는 것도 단점에 해당합니다. 필름이 영상을 보는 동안은 사람은 영상을 못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셔터를 오래 열고 찍으면 (즉, 셔터 속도를 매우 느리게 하면) 뷰 파인더는 그 동안 캄캄해진다는 것도 단점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LR은 더 없이 매력적인 기록과 창작의 도구에요. 초보자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조금만 노력을 투자하면 다루기도 쉽습니다. 무게나 크기도 그걸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의 품질에 비하면 투정할 거리가 못됩니다. SLR이 시끄럽다는 소리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의 골수팬들이 강조하는 부분인데, 시끄러워봤댔자 셔터소리니까요. 요즘 핸드폰들은 도촬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불필요한 셔터 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잖습니까? SLR의 셔터 소리는 그것 보다는 차라리 얌전하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슬슬 결론을 말씀드릴 순서가 아닌가 싶네요. 저는 사진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는 SLR 카메라를 권하고 싶습니다. 필름 카메라보다는 디지털 SLR(즉, DSLR)을 권하고 싶은데, 왜 디지털이냐를 굳이 설명하려면 필름에 대한 이야기가 좀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사진에 관한 얘기는 조금만 더 참고 뒤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캐논(Canon)과 니콘(Nikon) 두 회사가 SLR 시장에서 최강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고, 펜탁스(Pentax), 올림푸스(Olympus), 라이카(Leica) 등 전통에 빛나는 제조사들도 버티고 있으며, 삼성,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후지필름(Fujifilm) 등 후발주자들도 분발하고 있는 형세입니다. 대체로 보급형 SLR은 100만 원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각자 가격과 취향에 맞는 카메라를 구입하면 되겠습니다. 한 번 카메라를 구입하면 계속 그 제조사의 사양에 익숙하게 되어버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왕이면 시장 지배율이 높은 캐논이나 니콘 카메라 구입을 권유하고 싶군요. 그 두 회사가 렌즈 및 액세서리 제품군도 가장 다양하거든요.

디지털의 세계로 들어와 DSLR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니콘과 캐논이 앞서 있긴 마찬가집니다. DSLR을 구입한다면, 최근의 경향에 비추어 1000만 화소 이상, 초점영역 11개 이상, 최대 연사속도 초당 3장 이상, 최대 셔터속도 1/4000초 이상, LCD 모니터 2.5인치 이상의 제품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이 글을 쓴 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런 기준들이 구닥다리가 되어 버릴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결국 어떤 카메라가 최상이냐는 문제는,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초보자라면 DSLR 카메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권유도 매우 주관적이라는 걸 분명히 밝혀둬야겠군요. 좀 더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언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기 손에 익은 카메라가 최상의 카메라”라는 점이에요. 

“캐논 렌즈가 인물사진을 (예컨대 니콘사의 니코르 렌즈에 비해서) 더 부드럽게 표현한다”든지, 또는 “후지필름의 CCD가 색감이 더 좋다”든지 하는 등등의 감언이설에 쉽사리 흔들리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당신이 찍은 사진을 “당신의 사진”으로 만드는 것은 ‘당신’입니다. 카메라가 중요한 도구이긴 하지만, 어느 카메라를 쓰느냐에 따라서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사진이 찍히는 거라면 애당초 사진은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없었을 터입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귀가 너무 얇아선 곤란합니다. 일단 어떤 카메라를 장만했다면 그 카메라를 자신의 반려로 생각하고 자꾸만 곁눈질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흠... 비단 카메라에만 해당되는 얘긴 아닌 것 같기도 하군요.) 다른 예술장르에 비해서 사진의 경우엔 도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긴 합니다. 그런 탓인지, 사진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기 도구에 대해서 페티시적인(fetishist) 애착을 보입니다. 카메라를 사랑하는 사진가. 그건 좋은 현상입니다. 모쪼록 자기 카메라와 사랑에 빠지시기 빕니다. 만일 당신의 카메라가 당신의 창작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 진다면 그때 가서 다른 선택을 고민하면 됩니다. 언젠가 그런 순간이냐고요? 그런 순간이 오게 되면 확실히 말해 줄 겁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당신의 카메라가. 그러니 미리 노심초사하지는 마시기를.

무턱대고 고급기계의 유혹에 빠지는 건 곤란합니다.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진 게 사실이긴 해도, 21세기 초입에 다다른 지금 SLR 또는 DSLR을 만드는 제조사의 기술을 대체로 평준화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못 찍는지”라는 자괴감도 들기 마련이고, “기계를 한 단계만 업그레이드 하면 사진이 훨씬 나아질 것만 같은” 유혹도 크기 마련입니다. 더 비싼 카메라가 더 좋은 카메라일 가능성이 많지만, 더 좋은 카메라가 반드시 더 좋은 사진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이 점은 항상 기억해야 할 ‘사진기의 경제학’입니다.

2‐4 김을 굽자! 

카메라라는 기계에 마음 놓고 의존하시라고 권해드린 것 기억하시죠? 기계에 충분히 의존한다는 건 기계를 잘 활용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카메라라는 기계를 잘 활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그 작동원리를 좀 알아야 하는 거죠. 물론 많이 알면 알수록 좋은 거겠지만 그걸 다 알아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각막과 망막과 홍체와 수정체와 황반부와 시신경의 기능을 다 이해하지 않고서도 사물을 보는 데 아무런 애로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다만 카메라의 경우, 몇 가지 기계적, 광학적 원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카메라가 우리 눈에 비해서 매우 저급한 장치다보니, 손으로 조작을 가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계의 작동원리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은 쉽사리 흥분시키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매우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몇 가지 필수적인 사항만을 설명 드리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하의 설명은 일단 SLR 카메라를 기본으로 삼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카메라에든지 다 해당이 되는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카메라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 카메라의 개발을 둘러싸고 17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발명가들 사이에 벌어지던 치열한 각축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나중에 따로 좋은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빛과 렌즈의 특성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알고 싶은 분들, 예컨대 빛은 파장인지 입자인지, 색수차와 구면수차란 무엇이며 사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등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이 글은 성에 차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런 것들까지는 모르더라도 좋은 사진을 찍는 데 하등의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거든요. 뭐든 알아서 남 주는 건 아니지만.

핵심적인 원리를 말하자면, 카메라는 간단합니다. 렌즈를 통해서 카메라 앞에 놓인 피사체의 모습이 “빛”이라는 형태로 카메라 속으로 들어옵니다. 그 빛이 필름에 닿습니다. 필름은 셀룰로이드에 은 입자를 발라놓은 겁니다. 은 입자는 빛이 닿는 순간 빛에 의해서 ‘구워’집니다. 약한 빛이 닿는 곳은 약하게, 강한 빛이 닿는 곳은 강하게 구워지기 때문에 우리는 필름 위에 상을 얻게 되는 거죠. 

당연히, 필름이 밝은 빛에 노출되어 버리면 그 필름은 까맣게 다 구워져 버립니다. 캄캄한 곳에서 필름을 ‘정착액’이라는 약품으로 고정시켜서 햇빛 아래 내 놔도 더 이상 구워지지 않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현상한다(develop)”고 부릅니다. 이렇게 정착‐고정‐현상된 필름에 빛을 통과시켜 그 빛이 비춰진 종이 위에다 필름속 그림을 베껴내는 것을 “인화한다(print)”고 하죠. 그래서 길거리의 필름 현상/인화점은 약자로 D&P 가게라고 부릅니다.

섬세한 영상이 맺히도록 개발되었기 때문에, 필름이라는 물건은 빛에 무지무지 민감합니다. 조금만 빛이 모자라도 희미한 이미지만 남는데, 이런 상태를 “노출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필름이 빛에 덜 굽혔다는 얘기죠. 조금만 빛이 과하게 닿아도 금세 필름은 까맣게 홀랑 타버립니다. 흔히 사용하는 네거티브 필름의 색깔은 인화하면 반대로 나오기 때문에, 이 경우 사진은 온통 흰색으로 나옵니다. 이런 상태는 “노출이 과다하다”고 말합니다. 필름이 너무 익어버렸다는 거죠. 어떻게 적당한 노출을 얻느냐 하는 게 카메라라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핵심입니다. 

민감하고 얇은 필름을 빛에 적당히 굽는 과정이라서, 사진 촬영은 김을 굽는 것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께서 연탄불에 김을 구우시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요즘은 아예 밀봉된 포장지 속에 미리 구워서 양념까지 다 해 놓은 김들을 팔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은 ‘김 굽는 엄마’의 모습을 잘 못 보고 자라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긴 해도, 요즘 주부들도 가끔씩은 시장에서 ‘톳’이라는 단위로 묶인 마른 김을 사다가 집에서 가스불로 구워서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찬거리를 준비하는 걸로 압니다. 그러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진을 찍는 (필름을 굽는) 원리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도 그 원리는 조금도 다를 게 없습니다. 현대 광학기술은 디지털 카메라에서 필름 대신 사용할 수 있는 CCD라는 장치를 탄생시켰습니다. CCD라는 물건은, 필름을 흉내 내 보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생겨났기 때문에 필름이 굽히는 원리를 잘 아는 것이 일단 중요합니다. 물론 CCD에 디지털 영상데이터가 입력되는 경로는 필름이 현상되는 과정과는 판이하게 다를 터이고, 그 작동원리를 깊이 탐구하는 것도 나름 재미난 일일 수 있겠지만, 그건 좀 천천히 나중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노출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크게 보아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씩 차례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2‐5 김을 굽는 시간을 조절한다 : 셔터 

불의 세기를 조절할 수 없는, 예컨대 연탄불 위에다 김을 굽는다고 칩시다. 좀 더 굽고 싶으면 불 위에 김을 오래 놔두면 될 것이고, 덜 굽고 싶다면 얼른 빼내면 될 겁니다. 이렇게, 굽는 시간으로 굽히는 정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카메라에서는 셔터라고 부릅니다. 

셔터(shutter)란, 보통 때는 닫혀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릅니다. 계속 닫혀 있다가 버튼을 누르면 잠간만 열려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치이기 때문이죠. 만일 맨날 열려 있다가 잠간씩만 닫히는 장치였다면 거꾸로 ‘오프너’라고 불렀을 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영상의 빛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들어와서 잠간동안 필름을 굽기 때문에, 보통 렌즈의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셔터’는 평상시에는 닫혀 있어야만 하는 겁니다. 

셔터가 열리면 그 순간 밖의 빛이 카메라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서 필름을 굽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잠간 토막 상식 한 가지만. 카메라(Camera)라는 말은 영어입니다. 이 단어는 원래 라틴어로는 ‘방’이라는 뜻입니다. 사진기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사진기의 기원은 ‘어두운 방’이기 때문이에요. 10세기 이전의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빛이 들어오지 못하는 어두운 방에다가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놓으면, 그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이 방 안의 반대편 벽에다가 거꾸로 된 영상을 맺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신기한 장치를, 사람들은 ‘어두운 방’, 라틴어로는 카메라 옵스쿠라(Cemera Obscura)라고 불렀습니다. 

중세에는 카메라 옵스쿠라가 근근이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소형화되었습니다. 이 장치는 화가들이 풍경이나 인물의 정확한 밑그림을 얻는 데 주로 사용되었죠. 현대의 카메라는 그런 식으로 맺혀진 상이 필름원판에 고정되는 방법이 비로소 터득된 17세기에 발명된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 이름만큼은 연원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입니다. 

카메라의 셔터 개방 단추(영어로는 shutter release button)를 누르면 그 순간 셔터는 정해진 시간만큼 열립니다. 그러니까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는 표현은 복잡하고 정확한 용어들을 다 생략해 버린, 부정확한 관용구인 셈입니다. 셔터는 아주 민감하고 얇은 장치여서 그걸 함부로 눌렀다가는 남아날 카메라가 없을 겁니다. 굳이 눈으로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카메라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면 셔터의 동작을 볼 수도 있겠는데, 카메라 수리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친구를 둔 게 아니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카메라가 ‘찰칵’ 소리를 내거든 그 소리와 진동으로 셔터의 존재감을 느끼시면 됩니다.

셔터는 카메라마다 조금씩 다르니, 방사형 날개들이 열렸다가 조여지는 형태(leaf shutter)도 있고, 네모난 커튼이 펼쳐졌다가 다시 닫히는 형태(focal plane shutter)도 있습니다. 세상일이란 게 의외로 공평한 법이어서, 제각각 다르게 생긴 셔터들도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진동이 적게 조용히 여닫히는 셔터는 아주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빠른 셔터는 ‘철커덕’ 소리나 진동이 큰 편입니다. 셔터의 진동이 심하면 느린 사진을 찍을 때 손떨림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셔터가 열리면 조그맣고 캄캄한 작은 방(camera) 속으로 빛이 쇄도해 들어와서 불길이 김을 굽듯, 필름을 구워내는 것이죠. 

연탄불이 꺼질 듯 약하다면 김을 알맞게 굽기 위해서는 불 위에 오래 놔둬야겠죠? 마찬가지로, 날이 어둑어둑 저물고 흐려서 빛을 카메라 속으로 좀 오래 들여와야겠다면 셔터를 한참동안 열어두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일이 있어요.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에도 바깥세상에서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셔터를 오래 열어두면 그 시간의 흐름이 필름 위에 전부 기록됩니다. 동작이 기록되는 것이죠.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모델이 눈을 깜빡이고 수다를 떨고 움직였다면, 사진 속의 인물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게 뭉그러진 모습으로 인화될 겁니다. 

거꾸로, 불이 세다면 김을 잠간만 구워야 타버리지 않겠죠. 밝은 빛 아래서는 아주 잠간만 셔터를 열어도 적당한 노출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매우 빠른 셔터 속도는 바깥세상에서 제법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나 동작도 마치 공중에 꽁꽁 얼어붙은 것처럼 정지된 화면으로 기록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렇듯, 셔터의 속도를 조절해서 필름의 노출을 조절하는 것은 주로 ‘사진 속에 시간의 흐름, 또는 동작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보통 요즘 카메라의 경우, 셔터의 속도는 B 셔터에서부터 대략 1/1000 또는 그 이상의 속도 까지 차례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B 셔터라 할 때 B는 전구(Bulb)의 약자에요. 이것은 아주 오랜 동안 셔터를 열어놓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서, 셔터 개방단추를 누르고 있는 동안 셔터는 계속 열려 있고, 단추를 놓으면 그제야 닫힙니다. 높은 곳에서 도심의 밤거리를 찍은 사진들 중에, 자동차의 행렬이 기다란 빨간 색 줄과 밝은 색 줄로 표현된 사진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사진은 대개 B 셔터를 사용해서 찍습니다. 

간혹 T 셔터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B 셔터의 경우 계속 셔터 개방단추를 누르고 있어야 하니까 귀찮기도 하고 사진도 자꾸 흔들리기 때문에 생겨난 세팅입니다. T 셔터란, 셔터 개방단추를 한 번 누르면 셔터가 열리고, 다시 눌리면 그때 닫히는 걸 말합니다. T는 Time의 약자입니다. 

수동 사진기에는 보통 조그만 다이얼 위에 1/1000, 1/500, 1/250, 1/125, 1/60, 1/30, 1/15, 1/8, 1/4, 1/2, 1, 2, 4, 8, T, B 등과 같은 기호가 적혀 있는데, 이게 바로 셔터속도 조절단추입니다. 각각의 숫자의 단위는 ‘초(second)’이고, 한 단계씩 숫자가 커질수록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속도는 두 배씩 느려지고, 카메라 속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셔터속도는 동작과 관계가 깊댔죠? 만일 1/60초보다 느린 속도(1/30, 1/15, 1/8 등)로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삼각대나 다른 고정 장치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안 그러면 사진가의 미세한 떨림이 그만 필름에 다 기록되어 버릴 겁니다. (흔히들 ‘손떨림’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고 보면, 사진 촬영은 사격과도 비슷합니다. 사격 때도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손가락을 너무 세게 움직이면 총구가 순간적으로 흔들려 탄환이 목표물을 빗나가는데, 이런 걸 ‘격발 불량’이라고 부릅니다. 손떨림 없는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진사들은 셔터 개방단추를 누를 때 사진기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살포시 누르는 습관을 들여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일류 저격수들이 방아쇠를 당길 때 총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 부드럽게 하는 것처럼.

사격에서 ‘정조준’, ‘조준선 정렬’이 중요하듯이, 사진촬영에서도 목표물을 잘 조준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격도, 사진도 영어로는 둘 다 ‘shooting’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없지 않은 셈이죠. 차이가 있다면, 사격은 총 속의 탄환이 목표물로 뛰쳐나가 목표물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반면, 촬영은 목표물의 영상이 카메라 속으로 뛰어 들어와 필름의 상태를 변화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렇긴 해도, 격발불량으로 탄착점이 난사된 사격 채점지와 ‘셔터 격발불량’으로 흔들려버린 사진은 어쩔 수 없이 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느린 셔터 속도를 보완하기 위한 고정 장치에는 삼각대(tripod), 일각대(monopod) 등 다양한 장치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견각대(shoulderpod)라는 물건도 있습니다. 마치 장총의 개머리판처럼 생긴 이 장치를 어깨에 대고 사진 찍는 모습은 더더욱 사격자세와 흡사하죠. 폼 나 보이기에 저도 하나 사두긴 했는데, 삼각대만큼 고정효과가 크지는 않아서 별로 쓰임새는 없이 몇 년째 이삿짐 가방 속의 자리만 차지하는 중입니다. 

2‐6 불의 세기를 조절한다 : 조리개 

다시 김을 굽는 장면으로 돌아갑시다. 만약 김을 불 위에 갖다 대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없을 만큼 빨리 하는데도 김이 홀라당 다 타버린다면? 김을 아무리 오래 얹어 두어도 굽힐 기미가 안 보일 정도로 불이 약하다면? 이럴 때는 불의 세기를 조절해서 김이 굽히는 정도를 알맞게 만들어야겠죠. 일단 앞에서 설명한 셔터 속도는 잠시 잊어버리기로 합시다.

SLR 카메라의 렌즈에는 보통 소용돌이 죔쇠 모양의 조리개가 달려있습니다. 보통 대여섯 장 내지는 열댓 장의 날개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가운데 부분의 원형 구멍이 작아졌다 커졌다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조리개를 활짝 열고 셔터를 개방하면 당연히 많은 양의 빛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옵니다. 조리개를 바짝 죄고 찍으면 적은 양의 빛이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조리개라는 건, 너무 밝은 빛 속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적당히 조여주고, 어둑한 배경을 찍을 때는 활짝 열어주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조리개가 얼마만큼 열려있냐는 정도를 일반적으로 “구경(Aperture)”이라고 부릅니다. 사진기 관련 책자나 도표, 장치에서 ‘A’라는 약자는 대체로 조리개 구경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가 거의 언제나 셔터속도를 뜻하듯이. 

셔터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했는데도 빛이 모자라다면 조리개를 더 열어주어야 할 것이고, 셔터 속도를 아주 빨리 했는데도 너무 많은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조리개를 좀 닫아주어야 할 테죠. 그렇다면, 조리개라는 것은 빛의 양을 조절하는 셔터의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걸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조리개를 얼마나 열고 닫느냐에 따라서 사진은 완전히 딴판이 되거든요.

카메라의 조리개가 부리는 요술은 초점 심도(depth)입니다. 조리개를 활짝 열고 찍은 사진은 초점 심도가 무척 얕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초점이 정확히 맞은 물체만 깨끗하게 찍히고 그것보다 카메라에서 더 가깝거나 먼 물체나 풍경은 흐릿하게 형체가 사라져 버린다는 뜻입니다. 인물이나 정물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를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배경을 흐릿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배경을 날린다’라는 표현들을 자주 씁니다), 이런 사진은 조리개라는 장치가 없었다면 만들 도리가 없는 겁니다.

반대로, 조리개를 잔뜩 조이고 (그 대신 셔터 속도를 그만큼 느리게 해서) 찍은 사진은 초점 심도가 매우 깊어집니다. 카메라 바로 앞에 폼 잡고 선 꼬맹이나, 그 뒤의 자동차나 저 멀리 보이는 뒷산까지도 다 초점이 맞게 나옵니다. 빛의 특이한 성질이 조리개를 초점심도 조절기로 만들어 주는 겁니다. 헛갈린다면 이걸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안경을 벗고 맨 눈으로 먼 곳의 물건을 보려면 우리가 보통 어떻게 하는지. 눈을 더 크게 뜨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다들 눈을 찌푸리면서 가늘게 뜨고 인위적으로 망막의 조리개를 좁게 만들죠.

여러 종류의 렌즈를 갈아 끼우도록 되어 있는 SLR 카메라의 경우, 조리개는 카메라 본체에 설치해둘 수가 없습니다. 렌즈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렌즈는 빛을 많이 통과시키고 어떤 렌즈는 적게 통과시킵니다. 긴 렌즈도 있고 짧은 렌즈도 있습니다. 그러니 카메라 몸체에 붙어있는 조리개로서는 매번 얼마만큼의 빛이 통과하는지를 일률적으로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립니다. 이건 꽤 중요합니다. 렌즈의 성능은 렌즈 몸통에 표시된 조리개 최대 개방치의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렌즈 부분에서 더 친절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렌즈에는 보통 f/1.4, f/2.0, f/2.8, f/4(꽃보다 남자와 무관함), f/5.6, f/8, f/11, f/16, f/22 등의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작은 숫자인 1.4가 조리개를 활짝 다 열어젖힌 밝은 상태를 가리키고, 가장 큰 수자인 22는 조리개를 최대한 오므린 어두운 상태를 가리킵니다. 물론 최대치와 최소치는 렌즈마다 다릅니다.

셔터 속도는 초단위로 알기 쉽게 표시되어 있는데 어째서 조리개는 요상한 소수점 단위의 숫자로 되어 있어서 골치 아프게 만들까요? 이 점이 못내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좀 더 보충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그 따위는 전혀 궁금하지 않다고 느껴지시는 분은 다음 장으로 건너뛰셔도 좋겠습니다.

렌즈마다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리개를 통과하는 빛의 양을 일정한 숫자로 표시할 수 있어야만 결과를 예측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조리개의 구멍 크기를 수치로 표시하고 같은 조리개 값을 주면 기다란 렌즈에서는 어둡고, 짧은 렌즈에서는 그보다 밝아져버려요. 어떤 사람이 식당에 와서 "허기가 가실 정도의 양만 주세요"라고 부탁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씨름선수냐 초등학생이냐에 따라 다른 양을 내놔야지, 그람(gram) 수로 '허기가 가실 양'을 정해놓을 순 없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영리한 사람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렌즈의 초점 거리(focal length)를 조리개의 유효구경(구멍의 지름)으로 나눈 숫자를 조리개 수치로 쓰기로 한 겁니다. 초점거리는 또 뭐냐 하면, 카메라 렌즈의 한가운데서부터 필름까지의 거리를 말해요. 쉽게 말해서, 기다란 렌즈는 초점거리가 길고, 짤막하게 생긴 렌즈는 초점거리가 짧습니다.

그러니까, “초점거리 ÷ 유효구경 = 조리개 값”이 됩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비율’로 계산된 빛의 양이 나오기 때문에 사진가들은 안심하고 f/4 값이면 어떤 렌즈냐와 상관없이 f/4 어치만큼의 빛이 들어올 걸로 믿으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조리개의 수치를 나타내는 값의 ‘f’는 초점비율(focal‐ratio)의 약자입니다. 절대값이 아니라 비율로 표현되는 숫자라는 뜻입니다.

좀 달리 표현하자면, 렌즈마다 초점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개의 유효구경도 제각각입니다. 초점거리가 100mm인 렌즈의 조리개가 f/4로 맞춰져 있을 때, 조리개의 구경은 지름 25mm로 열려있다는 뜻입니다. 즉, 100(초점거리) ÷ 25(유효구경) = 4(조리개 값)이라는 거죠. 조리개를 똑같은 f/4에 맞춰 놓더라도 렌즈의 초점거리가 135mm라면 이번에는 조리개의 실제 구경도 좀 더 커져서 33.8mm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 보면, 조리개 유효구경이 조그맣게 닫혀 있을수록 조리개의 f 값은 커지는 사정을 금세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다 별 거 아닙니다.)

조리개 수치가 한 칸씩 작아질 때마다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은 두 배씩 늘어나게 됩니다. 조리개 유효구경, 즉 구멍의 넓이가 두 배씩 늘어난다는 뜻이죠. 조리개 숫자를 줄여서 빛의 양을 늘이는 것을 “조리개를 더 개방한다”고 표현하고, 반대로 조리개 수치를 높여서 빛의 양을 줄이는 것을 “조리개를 더 닫는다”고 표현합니다. 간단한 수학 퀴즈 하나. 넓이가 두 배씩 늘어나려면 지름이 몇 배씩 늘어나야 할까요? (참고로, 원의 넓이는 πr2 입니다.) 짝짝짝! 맞았습니다. 정답은 루트2(대략 1.414...)배입니다. 그래서 조리개의 f 숫자는 대략 루트2배 만큼씩 커지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올시다. (1 다음이 1.4, 그 다음이 2.0, 그리고는 2.8, 하는 식으로)

그런데 요즘 고급 카메라는 조리개 수치를 더 미세하게 조정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1단계를 둘 내지 세 단계로 쪼개어 조절하게끔 만든 것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한 칸이 두 배보다 적은 빛의 양의 증가를 뜻하게 되어 버립니다. (즉, 1.0, 1.2, 1.4, 1.7, 2.0, 2.4, 2.8, 3.3, 4.0, 4.8, 5.6, 6.7, 8.0, 9.5.... 하는 식이죠.) 이 정도 설명했으면, 카메라에 새겨진 야릇한 숫자들에 얽힌 수많은 고뇌와 번민과 사연을 대략 이해해 주실 걸로 믿습니다.

2‐7 셔터와 조리개의 관계

셔터와 조리개의 역할을 이해하셨다면 카메라라는 물건의 중요한 기계적 특성을 거의 다 깨달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여기까지 놓은 돌다리를 건너가기 전에 한 번 두드려볼까요?

셔터의 수치는 한 칸씩 커질수록(분수로 표시되니까 분모가 작아질수록) 두 배씩 오래 열려있게 됩니다. 조리개 수치는 한 칸씩 작아질수록 두 배씩 넓은 구멍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이 둘은 서로 반비례관계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화창한 가을날입니다. 공원에서 친구의 사진을 찍습니다. 뷰파인더 화면 위쪽으로 보이는 노출계를 보니까 바늘이 플러스(노출과다)도 아니고 마이너스(노출부족) 쪽도 아니고 딱 가운데를 가리키고 있군요. 노출이 알맞은 상태라는 얘기죠. 셔터를 살펴보니 1/120, 조리개는 8에 맞춰져 있군요. 구도만 잘 맞추면 이 상태로 그냥 찍어도 잘 나올 겁니다. 자,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팔을 흔드는 모습을 찍고 싶어집니다. 흔드는 팔은 움직임이 실감나도록 흐릿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려면 셔터속도가 1/15초 정도로 세 칸(1/120 ‐> 1/60 ‐> 1/30 ‐> 1/15) 느려져야겠군요. 셔터만 느리게 만들면 노출 과다가 되겠죠? 당연히 그 대신 조리개를 세 칸(f8 ‐> f11 ‐> f16 ‐> f22) 줄여줘야만 노출계 바늘이 다시 한가운데로 올 겁니다. 

이번엔 친구의 뒷배경을 흐릿하게 '날려버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조리개를 왕창 넓혀서 촛점심도를 얕게 만들어야 합니다. 세 칸(f8 ‐> f5.6 ‐> f4 ‐> f2.8) 키웠습니다. 그럼 셔터는? 당연히 세 칸(1/120 ‐> 1/250 ‐> 1/500 ‐> 1/1000) 빠르게 만들어줘야겠지요. 

자동 카메라에는 보통 세 종류의 자동모드가 있습니다. 우선, S 모드는 우리말로 셔터 우선 모드입니다. 수동으로 내가 필요한 셔터속도를 정하면 카메라가 거기 맞는 조리개 값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모드죠. 여러 가지 속도의 피사체를 다양한 선명도로 찍고 싶을 때 이용하기 편리합니다.

A 모드는 조리개 우선 모드로, 내가 조리개 값을 이리저리 변경하면 카메라가 적당한 셔터속도를 알아서 찾아주는 거죠. 이건 동작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피사체를 다양한 초점심도로 찍고 싶을 때 편리하죠.

셔터속도나 조리개 값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쁘게 찍어야 하는 경우엔 P 모드, 그러니까 프로그램 모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정하면 카메라가 내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셔터속도와 조리개 값으로 찍게 됩니다. 아, 물론 전자장치로 조리개가 조절되는 자동용 렌즈를 사용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만일 수동렌즈라면 P 모드에 놓더라도 조리개는 손으로만 조절이 되기 때문에 A 모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셔터속도만 자동 조절됩니다.

2‐8 김의 두께를 바꾼다 : 필름 

불의 세기(조리개)와 굽는 시간(셔터 속도)을 조절해서 김(필름)을 적당히 굽는 방식이 있다는 걸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면 이것뿐일까요? 불을 줄이느라 줄이고(조리개를 닫음) 김을 아주 잠간만 구워도(셔터속도를 빠르게 함) 홀랑 타버릴 만큼 불길이 뜨겁다면? 또는, 불을 있는 대로 키우고(조리개 개방) 오래도록 김을 구워 봐도(셔터를 느리게 함) 잘 익지 않을 만큼 불이 시원찮다면?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한 가지 시도해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불이 너무 뜨겁다 싶으면 두꺼운 김을 쓰고, 불이 너무 약하다 싶을 땐 얇은 김을 굽는 거죠. 그렇게 하면 아마도 식탁 위에는 적당히 구워진 김을 올릴 수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비슷한 이치로, 빛에 익는 속도가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필름이 있습니다. 필름이라는 물건은 셀룰로이드 한쪽 면에다가 할로겐화은을 발라서 빛에 ‘감광’되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감광물질을 더 많이 발라두면 빛에 더 쉽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필름, 그러니까 불에 쉬이 굽히는 얇은 김이 되는 거죠.

불에 쉽게 굽히는 얇은 김처럼 민감한 필름은 감도가 높다고 표현합니다. 두꺼운 김처럼 더 많은 빛을 쐬어야 구워지는 필름은 감도가 낮다고 말합니다. 시중에서 필름의 감도를 표현하는 단위는 국제표준기구(ISO) 또는 미국표준협회(ASA)에서 부여한 수자를 사용하는데 그 두 가지는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ISO 100 필름이나 ASA 100 필름이나 같다는 말씀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고감도’, 또는 ‘저감도’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쓰는데, 미국 사람들은 고감도 필름을 ‘빠른 필름(fast film)’, 저감도 필름을 ‘느린 필름(slow film)’이라고 부릅니다. 필름이 달리기를 한다는 게 아니라, 빠른 필름일수록 빛에 굽히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에요. ‘빠른 필름’을 사용하면 셔터 속도를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표현도 직관에 쉽게 호소하는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대체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필름의 ISO 값은 25, 50, 100, 200, 400, 800, 1600 등이 있는데, 하나씩 뒤로 갈수록 바로 앞의 필름보다 절반만의 빛으로도 똑같이 구워지는, 즉, 두 배씩 더 민감한 필름들입니다. ISO 1600 필름을 끼우고 밤거리를 다니면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찍어도 가로등 아래의 풍경이나 촛불 앞의 연인들의 표정이 아주 분위기 있게 잘 나옵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기실 줄로 압니다. (의문이 생기셔야 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급적이면 민감한 고감도 필름을 끼우고 다니면서 너무 밝다 싶으면 필터로 빛을 줄이든가 하지, 뭐 하러 저감도 필름을 사용하나? 이런 의문이 드셨다면 벌써부터 번득이는 재능을 보이고 계시는 겁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세상 일이란 게 생각보다 공평합니다. 고감도 필름이 좋기만 한 게 아니라 약점도 가지고 있는 거죠.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필름 위에 은 입자를 많이 입혀야 하는데, 이 때문에 고감도 필름은 화면이 거칠어집니다. 센 불에 구운 고기가 골고루 익지 못하는 거랑 비슷하게, 엉겨 붙은 입자들이 일종의 노이즈(noise)를 만들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일부러 거칠거칠한 느낌의 화면을 얻을 생각이 아니라면, 빛의 사정이 허락하는 한 될 수 있는 대로 저감도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촬영의 정석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경기중의 역동적인 장면을 찍으려면 셔터속도가 상당히 빨라야만 합니다.(김을 오래 구울 수가 없다 이겁니다.) 그러자면 조리개를 많이 열고 찍어야 하는데, 그래도 빛이 모자랄 수가 있으니 ISO 400 정도로 민감한 필름을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반대로, 눈 덮인 산을 찍으려는 사람이라면 (설령 날이 좀 어둑어둑하더라도) 셔터를 아무리 오래 개방한들 산이 꿈틀거릴 리도 없으니 삼각대를 사용하면서 ISO 25 처럼 저감도 필름을 사용해서 날카롭고 선명한 느낌을 얻으려 들 가능성이 많을 겁니다.

잘 아시는 대로, 시중에서 가장 애용되는 필름은 ISO 100 또는 200의 감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필름들은 대체로 무난한 감도와 비교적 고운 입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다양한 감도의 필름을 실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ISO 25로 찍은 정물의 날카로움이나, ISO 1600으로 찍은 야간풍경의 따스함을 고루 느껴보면 사진촬영의 매력에 더욱 빨리 빠질 수 있을 테니 말이죠.

큰 아이의 졸업식에 모처럼 니콘 D200을 둘러매고 나갔던 제 아내는 저녁에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습니다. 형편없는 물건이라는 거였습니다. 찍힌 사진을 보니 이내 문제를 알 수 있더군요. 졸업식은 야외에서 있었지만 날이 흐리고 어둑해서 빛이 모자랐던 겁니다. 조리개가 자동으로 최대한 개방되어도 빛이 모자라니까 셔터속도가 손떨림이나 피사체의 동작이 전부 기록될 정도로 느려졌기 때문에, 사진들이 죄다 흔들리고 떨리고 뭉개진 그림으로 나온 거였죠.

이럴 때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플래시(스트로보)를 사용하는 건데, 카메라 몸체에 달려 있는 조그만 자체 플래시는 성능도 그다지 좋지 않을뿐더러 작은 플래시로는 사진이 썩 예쁘게 나오지도 않습니다. 니콘 D200은 디지털 카메라지만 ISO 조절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카메라 윗부분에 ISO라고 써진 단추를 누른 채 다이얼을 돌리면 비록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ISO 1600은 물론 그 이상까지의 필름감도도 흉내(emulate)냅니다. 

디카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CCD는 신통하게도 필름의 특성까지 흉내를 잘 냅니다. 고감도로 촬영하는 사진의 입자는 어김없이 거칠게 나오는 거죠. 만일 아내가 이 글을 읽어준다면,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 때는 카메라 탓을 하지 않고 멋진 사진을 찍어올 수 있을 걸로 봅니다. 요즘은 컴팩트 디카들도 ISO 조절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많다니 구입할 때 눈여겨 볼 일입니다.

필름은 감도로 구분하면 위와 같이 다양한 (25에서 1600까지) 종류가 있지만, 달리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크기를 기준으로 구분하면, 하도 커서 낱장으로 사용하는 대형 카메라용 필름(sheet film), 폭 6cm의 중형 카메라용 필름, 그리고 소형 카메라용 35mm 필름이 있습니다.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를 간단히 ‘35mm 카메라’라고 불러버리기도 하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초 생산자인 코닥(Kodak)사의 제품 고유명칭을 따라, 중형 카메라용 필름을 120 또는 220 필름, 35mm 필름을 135 필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필름 가게에서 구입하는 24장 또는 36장짜리 필름이 바로 35mm 필름이에요. 

필름은 그 특성을 기준으로도 몇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흑백 네거티브 필름이 있습니다. 사물의 흑과 백이 필름에는 반대로 정착됩니다. 바로 그래서 ‘네거티브’인 거죠. 둘째, 컬러 네거티브 필름이 있습니다. 시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필름이죠. 여기도 사물의 색깔이 필름에는 정확히 보색으로, 그러니까 반대로 구워집니다. 셋째로, 컬러 리버설(reversal) 필름이란 게 있는데, 슬라이드용 필름이라고도 합니다.  현실과 동일한 색깔로 피사체가 고정되기 때문에 필름 상태에서 바로 프로젝터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는 반대, 또는 부정이라는 뜻인데, 색깔이 거꾸로 맺히니까 그런 이름이 쉽게 이해가 되지만, ‘리버설’은 반대라는 뜻인데 뭐가 반대라는 걸까요? 이미 보편화되어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져버린 ‘네거티브 필름의 반대’라는 뜻인 겁니다. 반대의 반대니까 제자리가 되는 식이죠. 리버설 필름은 색을 재현하는 능력이 네거티브보다 탁월한데, 그 대신 노출관용도가 낮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네거티브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현상이나 인화 과정에서 노출의 과부족을 조금씩 보정을 하는 게 가능한데, 리버설 필름은 조금만 노출이 부족하거나 과해도 컴컴하거나 희멀건 한 사진이 되고 만다는 뜻이에요. 코다크롬(Kodachrome)이니, 후지크롬(Fujichrome)이니 하는 이름이 붙은 필름이 이른바 리버설 필름인데, 이걸로 사진을 찍은 뒤에 현상소에 맡기면 보통은 필름을 일일이 잘라서 하얀 프레임에 끼워서 통에 넣어 줍니다. 환등기에 넣어 사용할 수 있도록.

그 밖에, 폴라로이드(Polaroid)라는 즉석 인화용 필름도 있고, 텅스텐 필름 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텅스텐 필름은 노란 백열등 아래서 찍으면 태양광 아래서 찍은 것처럼 만들어주는 필름인데, 이걸 대낮에 썼다가는 온통 푸르죽죽한 사진이 나와 버립니다. 텅스텐 필름과 주광용(Daylight) 필름, 그리고 디지털 백색보정(White Balance)에 관해서는 제3장에서 좀 더 설명을 하겠습니다. 

필름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 김에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필름은 오래 놔두면 상하니까 냉장고 속에 보관하면 수명이 더 오래 간답니다.

2‐9 디지털 사진

자, 카메라의 기본적인 원리와 필름의 특징을 알게 되었으니까 드디어 디지털 사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란, 필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감지하고 영상을 숫자로 해석하는 장치와 그것을 저장해놓을 수 있는 장치를 대신 붙여둔 사진기입니다. 사물의 형상과 색깔이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로 바뀌는 거죠. 빛을 데이터로 바꾸는 장치가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기술인데, CCD(charge‐coupled device)나,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라는 장치가 사용됩니다. 이런 건 몰라도 그만이에요. 카메라를 뜯어서 분해하기 전에는 굳이 볼 일이 없는 부품이니까요.

그런데 내 카메라에서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휴대용 장치로 뭘 쓰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카메라에 따라 정사각형의 CF(Compact Flash)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있고, 그보다 좀 작은 SD(Secure Digital) 카드를 쓰는 것도 있으며, 소니(Sony)사처럼 MS(Memory Stick)라는 특이한 장치를 쓰는 것도 있거든요. 앞으로 새로운 어떤 야릇한 물건이 더 개발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금까지 대세는 일단 컴팩트 디카에서는 SD 카드가, DSLR 카메라에서는 CF 카드가 저장장치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플래시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치(컴퓨터 하드디스크나 CD)로 옮겨서 보관하는 게 보통입니다. 디지털 데이터의 장점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또 어떤 장비로 복사하고 출력하더라도 똑같은 화질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CF카드나 SD카드, 또는 그것을 옮겨 담은 CD나 USB를 사진인화점에 맡기면, 수 시간 내로 원하는 사이즈의 사진으로 출력해 줍니다. 그게 귀찮으면 온라인상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사진파일을 전송하면 사진을 우편으로 부쳐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많습니다. 그보다도 참을성이 없다면 아예 집에다가 사진출력용 컬러 프린터를 구비해 두고 직접 출력해도 됩니다. 요즘은 굳이 종이로 뽑지 않아도, 파일을 바로 화면에 띄워주는 전자액자들이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필름 카메라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걸로 보이지요?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아직 금물이에요. 디지털 데이터가 영구히 손상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는 겁니다. 필름은 조금만 신경 써서 보관하면 세월에 의한 자연스러운 손상(이른바 ‘natural wear and tear’) 이상으로 상하거나 소실될 일은 별로 없습니다. 반면, 플래시 메모리 카드나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사진 데이터는 기계적인 잘못이 생기면 아예 홀라당 자료가 날아가는 수도 왕왕 있습니다. 꼭 사진파일은 아니더라도 컴퓨터 파일을 ‘날려본’ 경험은 다들 한두 번씩 겪어보셨을 겁니다. 편리한 게 좋기만 한 건 아닌 거죠. 누누이 말씀 드리지만 세상일이란 생각보다 공평한 겁니다.

DSLR의 또 다른 장점은, 필름을 갈아 끼우지 않고서도 흑백으로, 컬러로 전환이 자유로우며, 필름을 통째로 갈아 끼우지 않고서도 ISO 수치를 바꿔가며 찍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갈 사실이 하나 있어요. 적어도 아직은, 디지털 사진이 필름 사진의 화질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제가 사진의 기술적 진보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걸 기억하시죠. 카메라의 자동기능을 신뢰하시라고 권하기도 했고요. 그래놓고선 필름 사진이 디지털 사진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면 의아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는 법. 아마도 언젠가는 CCD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디지털 사진이 필름 사진의 품질을 앞지를 날이 오고야 말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아닙니다.

디지털로 찍은 흑백사진은 흑백사진답다기에는 화면의 모든 구석이 지나치게 골고루 날카롭습니다. 명암의 대조(contrast)도 필름 사진의 묵직한 계조(gradation)를 따라잡지 못해요.

그런데 컬러사진은 디지털 사진과 네거티브 사진의 구별이 좀 더 어렵습니다. 사물의 윤곽이라든지 피부색의 표현, 인공조명의 느낌 같은 데서 필름 쪽이 좀 더 중량감 있게 표현된다는 느낌은 있는데, 막상 사진을 눈앞에 내밀면서 구별해보라고 한다면 다 맞출 자신은 없네요. 디지털 광학기술 벌써 이만치나 진보를 한 거죠.

아무리 그래도, 디지털 사진은 컬러 리버설 필름으로 잘 찍은 사진이 주는 섬세한 느낌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리버설 필름(또는 슬라이드 필름)은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조와 섬세한 윤곽선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데, 디지털 사진으로는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기도 하고, 제 느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질을 중시여기는 상업사진이나 예술사진 작가들은 거의 어김없이 리버설 필름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을 종이에 출력할 때 맞닥뜨리는 또 한 가지의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은 출력하기 전까지는 조명이 켜진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모니터는 구형 CRT 모니터일 수도 있고, LCD 모니터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광원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아요. 게다가 모니터가 100대면 100대의 밝기가 다 제각각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죠. 그래서 어떤 모니터로 보면 알맞은 노출이 다른 모니터로 보면 생뚱맞게 너무 밝은 사진이 되기도 하고, 너무 어두워 보이기도 하는 겁니다. 비교적 어둡게 조정해둔 모니터라 하더라도 종이보다는 당연히 밝습니다. 그래서 모니터로 보던 사진이 기대하는 것보다 어둡게 출력되곤 하는 거죠. 디카로 찍은 사진을 종이에 출력하려거든 모니터에서는 원하는 상태보다 살짝 밝아보이게끔 보정해 주는 편이 좋습니다.

앞에서 자세한 설명도 없이 제가 DSLR 카메라를 권한다고 썼었죠. 지금 설명한 디지털 사진의 장단점들을 모두 감안한다면, 긴 얘기가 필요한 문제라서 그랬습니다. 필름이냐? 디지털이냐? 사진의 품질만 따지면 필름 사진이 아직은 평균적으로 더 낫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왜 디지털 카메라를 권하느냐? 경제학 때문입니다.

경제학의 대전제는 이 세상의 모든 자원이 희소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데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입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인 행위인 거죠. 세상의 모든 좋은 것에는 값이 매겨져 있습니다. 취미생활도 예외가 아니에요. 경제적이지 못한 취미생활은 오랫동안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결과는 약간 더 좋을 뿐인데 비용은 엄청나게 더 든다면 취미생활에서는 포기하는 편이 이롭습니다. 그 약간의 차이에 결과의 성패가 좌우되는 전업작가들의 세계에서라면 다른 문제이겠습니다만.

원래 사진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였습니다. 카메라 자체가 값싼 물건이 아닌데다, 각종 연관 장비를 구입하거나 심지어 새 카메라에 유혹되어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불가피한 초기투자 내지는 매몰비용으로 치부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그 뒤로도 꾸준히 돈이 든다는 데 있었죠. 필름 값과 현상비, 인화비에도 꽤 돈이 들었던 겁니다. 목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가랑비에도 옷은 젖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 점을 거의 완전하게 해결해 줍니다. 우선 필름 값이 전혀 들지 않고, 원치 않는 사진을 현상하거나 인화할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미리보기로 확인하고 지워버리면 그만이죠. 필름으로 찍은 사진은 최소한 현상은 다 해봐야 알고, 미묘한 차이는 인화까지 해보기 전에는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실패작들까지 인화하느라 낭비한 돈이 그 얼마였던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사진을 시작하는 초보자가 어떤 카메라를 택하는 게 좋을지는  자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사진이 리버설 필름 사진보다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까지만 해도 상당한 기간의 연습이 필요해요. 디지털 사진의 품질이 성에 차지 않게 되면, 다른 카메라를 구입할 경제적 조건이 그제야 성립하는 셈입니다. 효용이 비용을 압도하게 되는 지점이랄까요. 그렇게 발전을 거듭해서 프로 작가의 경지에 이른다면 필름 값 정도의 비용은 문제도 되지 않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초보자가 그런 종착점을 꿈꾸는 경우라도 DSLR을 구입하는 것이 지름길이지 싶습니다. ‘디카’ 사용자는 필름 카메라 사용자에 비해 비용에 대한 두려움 없이 더 자주, 더 많은 사진을 찍게 될 테니까요.

2‐10 실전 김 구이

김을 굽는 비유는 어린 아이들도 쉽사리 이해하는 걸 보면 꽤 괜찮은 비유가 아닐까 합니다. 평생 부엌은 기웃거리지조차 않고 사는 사람이 김을 굽네 마네 하는 비유를 감히 사용한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을 뿐, 제가 자상하고 가정적인 사람인 척 가장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음을 이 대목에서 밝혀둡니다. 

누군가가 양동이에 물을 받는 비유를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필름이 감광되려면(양동이에 물이 차려면) 일정량의 빛이(물이) 필요한데 물의 유속(流速)으로 조절하는 것이 셔터 속도요, 유량(流量)을 조절하는 것이 조리개라는 식이죠. 틀린 비유는 아니지만 뭔가 피부에 콰악 닿아오는 느낌은 없지 않나요?

꽤 괜찮은 비유를 통해 기본 이치를 설명했으니, 이제 실전에서 어떻게 그 세 가지 구이방식을 조합하는지 복습 삼아 살펴보는 게 좋겠네요. “골치 아프게스리 왜 구이 방식이 세 가지 씩이나 되느냐. 그냥 한 가지로 통일했으면 간단하고 쉬울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한 번 더 상기시켜 드리렵니다. 속도조절로 구운 김과, 불의 세기를 조절해 구운 김과, 두께를 달리 해서 구운 김은 익은 정도는 비슷하더라도 맛은 다 다르다는 점을.

셔터 속도를 조절해서 찍은 사진에는 동작의 흔적이 흐릿하게 사진에 남거나 또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까지 꽁꽁 얼어붙거나 하는 차이가 만들어집니다. 조리개를 조금 열거나 많이 열어서 찍은 사진에는 배경이 흐릿하거나 또렷해지는 차이가 생기지요. 필름 감도의 경우, 고감도를 쓸수록 어둠이 분위기 있게 표현되지만 입자가 거칠어집니다. 

자, 다시 한 번 실제의 예를 들어봅시다. 화창한 낮에 야외에서 노출계가 고장 났다면, 대략 ISO (또는 ASA) 100 필름에다 조리개 f/8, 셔터 속도 1/125초 정도면 적당합니다. 그렇게 찍고 있던 도중, 갑자기 자전거 타는 꼬마를 패닝(panning)으로 찍어보고 싶어졌다 칩시다. 패닝이 뭐냐고요? 움직이는 물체를 찍되, 그냥 찍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면서 찍는 걸 말합니다. 셔터속도를 늦추고 그렇게 찍어놓으면, 정작 움직이는 물체는 고정된 것처럼 나오고, 주변의 풍경이 휘익 흘러간 것처럼 찍히는 겁니다.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에 잘 맞춰서 카메라를 돌려주는 게 중요하겠죠. 받침대 부위가 회전하는 삼각대가 유용합니다.

얘기가 좀 새지만, SLR이나 DSLR로 패닝을 하자면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SLR에는 중간에 거울이 있는데 사진이 찍히는 동안에는 그 거울이 들어 올려져 (그래야 영상이 필름에 닿으니까) 뷰 파인더는 캄캄하게 되어버린다는 점, 기억나시는지? 그래서 뷰 파인더를 보면서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느낌으로 찍어야 하는 거죠. 물론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라고 해서 패닝 사진을 간단히 찍을 수 있다는 얘긴 아닙니다.

어쨌든, 우린 자전거 탄 꼬마를 찍고 있었죠. 자동차처럼 빠른 물체라면 1/60초나 1/30초 정도로만 셔터를 늦춰 주더라도 주변 풍경이 흘러가는 패닝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꼬마가 타는 자전거라면 1/30초에서 1/15초 정도는 되어야 할 거에요. 물론 얼마나 가까이서 찍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죠. 일단 1/15초로 찍어보기로 합시다. 1/125초에서부터 셈하면 세 칸 셔터 속도를 늦춘 겁니다. 한 칸에 빛이 두 배씩 더 들어오니까 2의 세제곱만큼 빛의 양이 늘어났군요. 셔터 속도를 세 칸 늦췄으니, 조리개는 그만큼(세 단계) 좁혀줘야 합니다. 불의 세기를 반으로, 다시 반의반만큼, 또 반의반의 반만큼. f/8에서 세 칸을 더 줄이면 f/22에 놓으면 되는군요.

돌발퀴즈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렌즈의 가장 어두운 조리개 눈금이 f/16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리개를 다 닫아 조여도 빛이 적당한 양보다 많이 들어옵니다. 여기까지 글을 열심히 읽어주신 분이라면 “김 두께!”라고 외치고 필름 감도를 50 짜리로 갈아 끼운다는 답을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군요. 맞는 답이긴 해요. 하지만 DSLR에는 최저 필름 감도가 보통 100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평상시 상태인 ISO 100을 CCD가 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화질보다 못한 상태로 만들어 놓을 바보 같은 제조사는 당연히 없을 테니까요.) 필름 카메라라면, 촬영 도중에 필름을 갈아 끼우는 건 무척 성가시고 복잡한 일일 뿐더러, 귀한 필름의 낭비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럴 경우라면 보통은 렌즈 앞에다가 빛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ND(neutral density) 필터를 끼우는 게 제일 손쉬운 해결책이랍니다.

더 해봅시다. 이번엔 좀 흐린 날의 늦은 오후입니다. 옆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이 입체감 있는 그림자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사진 찍기 좋은 시간입니다. 셔터 속도를 1/125에 놓았더니 카메라의 노출계는 f/2.8이 적정노출이라고 알려줍니다. 길섶의 코스모스를 찍기로 합니다. 개중 유난히 가녀리고 슬퍼 보이는 한 송이를 확대해서 찍고, 나머지 배경은 흐릿하게 만들고 싶군요. 초점 심도를 얕게 만든다는 뜻이죠. 그러자면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는 게 좋습니다. 내 렌즈의 최대 개방치는 f/2.0으로 되어 있습니다. 렌즈에 새겨진 조리개 수치의 제일 마지막에 적힌 수자가 2.0이라는 뜻이고, 당연히 조리개를 더 열 수는 없다는 뜻인 거죠. 조리개를 거기로 맞춥니다. 그러면 셔터 속도는 얼마에 놓아야 할까요? 딩동댕! 한 칸 더 빠르게 만들어서 1/250초에 놓으시면 되겠습니다. 사진,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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