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풍경을 다른 시간에 찍어보면, 빛에 따라 풍경의 인상이 크게 변하는 데 놀라게 됩니다. 희망차 보이던 풍경이 씩씩하게도, 지루하게도, 또는 애잔하게도 느껴집니다. 긴 세월의 흐름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하루 중에도 빛은 변화무쌍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한낮의 태양은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이때 햇빛은 매우 밝은 양지와 짧고 어두운 그림자로 이루어진 강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냅니다. 그림자가 드물기 때문에, 정오 무렵의 야외 사진들은 대체로 평면적이고 납작한 느낌을 줘요. 위험한 일반론에 기대서 말하자면, 대낮은 사진 찍기에 좋은 시간은 아닌 셈이죠. 대낮의 태양광은 미세하게 푸른 기운이 돕니다. 사람의 눈은 적응력이 강해서 그 푸른 기운을 잘 알아채지 못하지만 카메라는 민감하게 기록합니다. 대비(contrast)가 지나치게 강한 사진 속에서 사물의 형체는 오히려 왜곡되어 보이는 수가 있기 때문에, 뙤약볕이 쨍쨍 내려쬐는 날보다는, 구름 덕분에 태양빛이 야외를 마치 스튜디오 내부처럼 부드러운 확산광으로 채워줄 때가 사진 찍기에는 더 좋은 날씨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강렬한 직사광선 아래서만 찍을 수 있는 강렬한 사진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한편,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의 태양빛은 지구라는 무대 위에 비춰지는 가장 드라마틱한 조명입니다. 햇볕은 붉은 기가 도는 따뜻한 빛깔을 띄고, 사선으로 기울어지는 음영이 사물의 입체감을 두드러지게 만들어주죠. 이 조명 아래서 건물은 정감 있어 보이고, 풍경은 장엄해 보이고, 인물은 성숙해 보입니다. 똑같은 피사체가 마치 더 많은 이야기거리를 품은 것처럼 감광되는 겁니다. 이 극적인 조명은 하루 중 짧은 시간 동안에만 존재하다가 스러집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출 후 한 시간과 일몰 전 한 시간은 이른바 '매직 아워', 그러니까 마법의 시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 출판된 적이 없는 나의 책 <당신도 사진가가 될 수 있어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