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얻은 뜻밖의 수확은, 직장 동기들의 정이 끈끈하고 뜨겁다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밤늦은 추위를 마다하지 않고 호텔로 찾아온 동기들은 주저하는 나를 이끌고
음악회 구경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을 구경했습니다.
사실 나로서는 발레의 내용보다도, 스타니슬랍스키 극장 구경이 더 뜻깊었습니다.

모스크바시립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은 20세기 연극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
전설적인 두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와 블라디미르 네미로비치 단첸코가 각각 운영하던
스타니슬랍스키 오페라단과 네미로비치 단첸코 예술단이 합병하면서 설립된 것입니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방법론은 미국 Actor's Studio로 수출되어,
말론 브란도니, 더스틴 호프먼이니, 메릴 스트립 같은 이른바 Method Actor들을 배출했습니다.
Method Acting이란, "Stanislavsky Method Acting"의 줄임말이지요.
Method Acting이 최근에는 히쓰 레저 같은 아까운 배우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헐리우드에서는 대세입니다.

사회주의의 조국이라던 러시아 땅을 찾아가 붉은 광장을 디뎌봤으니,
이만하면 출세한 셈입니다. 저도.

사진기를 가지고 가지 않았던 터라,
후배가 가진 똑딱이 디카로 몇 장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