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자카르타의 거리,
그러나 그 곳에서 화를 내거나, 찌푸리거나, 속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자동차 지붕 위에라도 자리가 남는 사람들은 물속을 걷는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치 소풍 나온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일찌감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이곳 사람들은 아직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연적 숙명에 대한 인내라고 해야 할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마음이라고 할지,
아니면 물에 젖은 내 옷가지와 가재도구보다 이웃들이 먼저 눈에 띄는 마음 씀씀이라고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