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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posted Apr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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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Coltrane_small.jpg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가 키워낸 거장”이라고만 말해서는 누구를 말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데이비스의 활동기간이 워낙 길기도 하지만, 60년대 이전에 데이비스와 함께 활동한 사람들만 꼽더라도 빌 에반즈, 캐논볼 에들리, 폴 체임버스, 레드 갈런드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연습광으로, 10년 남짓한 활동기간 중 자신의 이름으로 24장, 남과 협연한 50여 장의 앨범을 발표한 정력적 연주자”라고 한다면 숫자에 강한 호사가들은 누구 이야긴지 짐작이 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재즈를 종교적 구도의 길로 삼았던 연주자”라고 말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사람은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뿐이다.

콜트레인의 연주는 그가 인도 음악과 기독교적 범신론에 심취하기 훨씬 전부터도 구도자적 선(禪)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종종 콜트레인의 라이벌이라고 거론되던 소니 롤린즈(Sonny Rollins)의 연주에서는 장난기 어린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면, 재즈 역사상 장난기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연주자 중 한 명이 콜트레인이다. 그 둘은 동시대인이었을 뿐, 정말 라이벌은 아니었던 셈이다. 콜트레인은 모던 재즈가 마침내 프리재즈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젖힌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산물이었다.

50년대 말부터 이미 재즈는 어려워지고 있었다. 비밥 이후의 재즈는 더 이상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재즈는 더 이상 만인이 즐기는 음악이 아니었고, 최고 인기 연예인의 반열에는 록 가수들이 올랐으며, 재즈 연주자들은 예술가의 길을 추구했다. 주류 문화에 반항하는 비트(Beat) 세대의 입맛에는 모던 재즈의 자유롭고 지성적인 특성이 잘 들어맞았다. 그들의 손에 들려진 재즈는 대항문화의 도구가 되었다. 1958년 비트 세대의 아이콘이던 소설가 잭 캐루악(Jack Kerouac)은 <American Haikus>라는 자작시 낭송집을 녹음했다. 캐루악이 짤막한 시적 단상을 읊으면 알 콘(Al Cohn)과 주트 심즈(Zoot Sims)의 테너 섹소폰 즉흥독주가 그 뒤를 잇는다. 여기서의 콘과 심즈의 연주는 더 이상 스윙이 아니었다. 그들이 콜트레인처럼 심오한 프레이징을 실험한 건 아니었지만, 이게 프리 재즈가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존 콜트레인은 192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는 6.10 만세사건이 일어나고 희극인 배삼룡이 태어나던 해였다. 양복 재단사이던 아버지 슬하에서 클라리넷을 배우던 내성적인 소년 콜트레인은 17세 생일에 알토 색소폰을 선물로 받은 뒤 자니 호지스(Johnny Hodges)와 레스터 영(Lester Youg)을 모델로 삼아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가 하와이에서의 군복무를 마치고 필라델피아로 귀국한 1946년 무렵 미국은 비밥의 열풍 속에 있었다. 1946년부터 1954년까지 9년간 그는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자니 호지스의 밴드를 포함한 7개의 밴드를 거치면서 기량을 닦았다. 이 시기에 그는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알토 색소폰 연주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설마 그로 인한 좌절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알토 연주자였던 그가 테너 연주자로 변신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결혼을 하던 해인 1955년에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퀸텟(Quintet)에 부름을 받는다. 데이비스와 함께 <Milestones>와 <Kind of Blues>를 녹음하면서, 콜트레인은 비밥을 넘어선 재즈의 깊이에 눈을 뜬 것처럼 보인다. 데이비스와의 협연 이전과 이후의 그의 연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2년 뒤 마약 사용 문제로 밴드에서 해고당한다. 콜트레인이 진정한 ‘거장’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그 뒤 솔로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특히 새로운 돌파구를 좀 더 독창적이고 비관습적인 방향으로 모색하고 있던 쎌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와의 공동작업은 콜트레인의 연주를 폭발적으로 풍성하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959년 아틀란틱(Atlantic) 레이블과 계약을 체결했고, 이로부터 불과 마흔 한 살로 생을 마감하던 1967년까지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 그의 전성기였다. 사망하기 직전 무렵 그는 파로아 샌더스(Pharoah Sanders), 라쉬드 알리(Rashid Ali)와 같은 프리 재즈 연주자들과 어울렸다. 이 시기의 그의 연주는 한 곡에 수십 분에 달했고, 울부짖는 오버블로윙(overblowing) 기법으로 난해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연주 이력을 살펴보면, 그는 간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떠났다기보다는, 자신의 음악이 더 나아갈 곳이 없어서 미련 없이 연주를 접은 것 같은 느낌조차 든다.

그의 앨범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Giant Steps>(1960), <My Favorite Things>(1961), <A Love Supreme>(1965) 세 장을 꼽을 수 있다. <Giant Steps>는 이만큼 연주자의 음악을 잘 묘사하는 앨범 제목의 다른 예를 생각해 내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서 콜트레인이 보여준 연주는 널리 사랑 받는 재즈 음반 중에서는 가장 난해한 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행하는 코드의 화성을 부수어 멜로디로 풀어놓는 연주의 선구자는 찰리 파커였다. 콜트레인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통념상의 진행에 필요한 구성음들을 빠른 속도로 겅중겅중 건너뛰면서 좀 더 파격적이고, 좀 더 사색적인 연주를 시도한 것이었다. 어찌 거대한 보폭이라고 부르지 않을쏜가.

잘 아시는 대로, <My Favorite Things>는 영화 <The Sound of Music>에 삽입된 아름다운 노래다. 콜트레인의 연주곡 중 딱 한 곡만 꼽아보라면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1961년 앨범의 타이틀곡인 <My Favorite Things>를 꼽고 싶다. 어쩌면 원곡을 이처럼 존중하면서도 원곡을 이만큼 처절하게 해체할 수 있는지가 놀랍다. 이 곡에는 아름다움을 즐기는 쾌락주의적 수단으로서의 음악과 예술가적 실험이 절묘한 비율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콜트레인이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를 했다는 데도 있다. 60년대에 소프라노 색소폰은 이미 재즈에서 퇴출된 지 오랜 악기나 다름없었다. 그가 굳이 소프라노를 연주한 동기는 초창기 뉴올리언즈 연주자인 시드니 베셰(Sidney Bechet)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콜트레인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비록 마약 복용으로 자주 말썽을 일으키고 자신의 명을 단축하기도 했지만, 그는 평생 구도자였다. 인도 음악에 심취한 그에게 색소폰은 명상과 가부좌의 대체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1964년에 녹음한 앨범 <A Love Supreme>은 그 제목처럼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의 위대한 사랑을 찬미한 작품이다. 특히 네 번째 트랙의 <Psalm>은 “악기로 하나님께 쓴 연서”라는 평을 듣는다. 아프리카 정교회(African Orthodox Church)에서는 존 콜트레인이 죽은 뒤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렸다. 인간이 자신의 구원에 다다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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