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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스톨러

posted Mar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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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웹스터(Ben Webster, 1909-1973)와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 1904-1969)는 동시대에 활동한 테너 색소폰의 거장들이다. 흔히 스윙 시대 테너 색소폰의 3대 거장을 꼽으라면 이 두 사람에 레스터 영(Lester Young)이 추가된다. 세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발라드, 스윙, 비밥 모든 장르의 재즈를 탁월하게 소화해 냈다. 1957년, 호킨스와 웹스터 두 사람이 함께 녹음한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라는 걸작 앨범이 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가 반주를 맡은 이 음반은 보기 드물게 두 대의 테너 색소폰이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자신은 “콜맨 호킨스의 연주를 들으며 발라드를 배웠다”고 할 정도로 호킨스의 연주는 서정적이다. 반면 벤 웹스터는 조금 더 거친 음색으로 힘찬 연주를 구사한다.

얄궂은 점은, 내가 두 테너 색소폰 거장들이 녹음한 이 앨범을 들으면서 하필이면 드럼을 꼭 사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점이다. 이 음반의 3번 트랙에 있는 <La Rosita>라는 곡을 들을 때였다. 이 곡은 원래 The Four Aces라는 남성 4중창단이 경쾌한 분위기로 불러 1953년에 미국 싱글 챠트에서 24위 히트를 기록한 노래였다. 이 곡을 두 색소폰 연주자들은 심금을 울리는 서정성 강한 멜로디로 바꾸어 놓았다. 멜로디도 훌륭하지만, 내 귀를 먼저 놀래킨 것은 드럼소리였다. 이 곡은 뭐라 설명하기 어렵게 감질나는(tantalizing) 라틴식 비트로 시작된다. 비긴(begine)을 변형 시킨 박자인데, 주로 드럼의 표면이 아니라 테두리(rim)을 쳐서 내는 소리다. 얼른 들으면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단조로운 박자 같지만 드럼의 소리를 귀로 따라가다 보면 절제된 변주가 절묘하다. 특히 곡 후반부로 가면 드럼은 너무 과하지 않게, 그러나 곡의 분위기를 전반부와는 다르게 고조시킨다. 하도 신기해서 몇 번씩이나 거듭해서 듣다가, 이 드럼 연주자의 이름이 앨빈 스톨러(Alvin Stoller)라는 사실과,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 앨범 전체의 드럼 연주를 그가 맡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앨빈 스톨러(1925–1992)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전성기를 보내면서 베니 굿맨(Benny Goodman), 타미 도르시(Tommy Dorsey), 해리 제임스(Harry James) 같은 스윙의 거장들과 함께는 물론이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멜 토메(Mel Tormé),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같은 스타들의 레코딩 반주도 담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재즈 사상 최고의 드러머라고 추켜세우는 버디 리치(Buddy Rich)가 드럼이 아닌 노래를 불렀던 앨범에서 자기를 대신할 드럼 연주를 맡겼던 대상이 다름 아닌 스톨러였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랴. 내가 <La Rosita> 처럼 느린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 ‘스윙감’에 전율을 느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앨빈 스톨러 같은 절정급 연주자의 이름도 사람들의 입에 자주 회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럼 연주자들의 숙명을, 그리고 재즈에서 드럼이라는 악기가 차지하는 중요하면서도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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