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posted Apr 12,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Thelonious_small.jpg

 


시대의 유행 탓이겠지만, 초창기 재즈 연주자들은 순박한 이름의 소유자들이 많았다. 스윙 시대 이후 연주자들은 서로에게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것은 커진 자의식의 징표이기도 했다. Hawk, Pres, Bird 따위의 별명은 연주자들 서로간의 애정의 표현이기도 했고, 고수에게 헌정하는 표식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음악적 특징을 규정하는 상표이기도 했다. 오넷 콜만(Ornette Coleman),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 에릭 돌피(Eric Dolphy) 등 이름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뿜어내는 연주자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은 묘하게도 재즈가 연예산업보다는 예술작업에 수렴하면서 눈에 띄는 현상이다.

이름이 범상치 않기로는 피아니스트 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도 뒤지지 않는다. 그의 이름은 사색적이면서도 파격적인 그의 연주와 묘하게 어울린다. 도전적인 파계승의 이미지랄까. 몽크의 연주는 배경음악이 되기를 한사코 거부한다. 오스카 피터슨을 들으며 다른 상념에 빠져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몽크를 들으면서는 좀처럼 어렵다. 몽크의 피아노는 “어딜 봐? 날 봐!”라고 외친다. 일부러 고행을 일삼는 수도승처럼, 그는 평범하고 관습적인 진행 속에 잠시라도 머물기를 거부한다. 그는 거의 언제나 예기치 못한 건반을 짚어 우리를 급습한다. 멜로디는 낯선 곳으로 방황하기 일쑤고, 코드는 일상의 편안함을 버린다. 건반을 타악기처럼 세게 두드리는가 하면, 갑작스레 멈추거나 망설이기도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몽크가 프리 재즈와 아방 가드의 해방구로 빠져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놀라운 자제력이다.

그는 외관상으로도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했다. 언제나 정장에 모자를 썼으며, 선글라스도 벗지 않았다. 협주 도중 갑자기 연주를 멈추고 일어나 서성이다가 다시 연주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와 마일즈 데이비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녹음한 <Miles Davis and the Jazz Giants>(1954)라는 앨범이 있다. 12월 24일에 녹음했기 때문에 “54년 크리스마스 세션”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음반이다. 데이비스는 몽크보다 아홉 살 아래였지만, 이미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장이었고, 스타였다. 이 앨범을 녹음하면서 데이비스와 몽크는 주먹다짐을 벌이고 험악한 사이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금도 끈질기게 유통되고 있는 이 소문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에 근거를 둔다. 첫째, 데이비스는 몽크에게 자신의 솔로 부분에서는 피아노 반주를 멈추고 쉬어 달라고(“lay out”이라고 한다) 했다. 그래서 이날 녹음한 곡들의 트럼펫 솔로는 베이스의 반주만으로 다소 앙상한 느낌을 준다. 둘째, 이 앨범에 수록된 <The Man I Love, Take 1>의 도입부에는 몽크가 시작할 대목을 놓쳐 웅성대는 소리가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다. 몽크가 “나는 언제 들어가는 거야”라고 물어보고, 데이비스가 답답하다는 듯이 녹음기사에게 “이봐 루디, 이거 전부 다 녹음해”라고 한다. 셋째, <The Man I Love, Take 2>에서는 몽크가 예의 특이한 진행으로 솔로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연주를 멈춘다. 보다못한 데이비스가 트럼펫으로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하자 몽크는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자존심이 상한 몽크가 일부러 그랬다는 얘기다. 넷째, 두 사람은 그 뒤로 두 번 다시 공동으로 앨범 작업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 소문은 당시에도 꽤나 널리 퍼져서, 세션에 참석했던 평론가 기틀러(Ira Gitler)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을 하고 다녀야 했다. 데이비스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내가 몽크에게 반주를 하지 말라고 해서 주먹다짐이 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와 사이가 좋고, 몽크는 내가 감히 싸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 만큼 덩치가 크고 힘도 세다. 내가 반주를 쉬어달라고 한 것은 음악에 관한 것이었을 뿐이다. 몽크 자신도 종종 다른 연주자에게 그렇게 했었다.”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몽크의 반응은 훨씬 간결했다. 그는 킬킬대며 이렇게 말했다. “마일즈가 나를 때렸다면 살아남지 못했겠지.”

내 생각에 이 불화의 소문은 뒷공론을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부풀린 혐의가 크다. 솔로를 연주할 때 개성이 강한 다른 연주자의 악기를 “lay out”하는 것은 재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두 사람은 한 그릇에 담기에 너무 큰 물건들이었을 뿐이다. 개성이 강하고 실력이 뛰어나서 한꺼번에 소리를 내면 오히려 서로를 방해하게 되는 대가들. 이를테면, 더스틴 호프먼(Dustin Hoffman)과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함께 주연한 영화는 <Kramer vs. Kramer> 딱 한 편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몽크는 1917년 로키산 자락에서 태어나 맨하탄에서 자랐다. 여섯 살부터 거의 독학으로 피아노 실력을 쌓았고, 고교를 중퇴하고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Minton's Playhouse라는 뉴욕의 나이트클럽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면서는 기라성 같은 연주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거기서 몽크는 작곡가로서의 재능을 꽃피웠다. 몽크의 연주는 40년대나 60년대나 별 차이가 없다. 너무 일찍 완성된 탓이었을까?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실력파 연주자로 알려졌지만, 당시 몽크의 음악은 대중적인 것이 아니었다. 1951년에 그는 마약 소지 혐의로 연주 자격증을 빼앗겨 수년간 활동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1956년에 그는 <Brilliant Corners>로 자신만의 색채를 더 뚜렷이 했고, 그 무렵부터 소니 롤린즈(Sonny Rollins), 콜맨 호킨즈(Coleman Hawkins),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자니 그리핀(Johnny Griffin), 찰리 로우즈(Charlie Rouse) 등과 기념비적인 공동작업을 이어갔다. 이 대가들의 공동작업은 서로를 발전시켰고, 재즈라는 음악을 전과는 다른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몽크의 진가가 널리 인정받은 것은 60년대가 되어서였다. 1963년 발매한 <Monk's Dream>은 그의 최대 히트작이 되었다.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콜럼비아 사의 풍성한 지원 덕분이기도 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제서야 시대가 저만치 앞서 가던 그의 음악을 따라잡았다는 데 있었다. 1964년에 그는 타임(Time)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재즈 연주자로서는 지금껏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과 더불어, 다섯 명만 누려본 영예였다.

몽크의 진가는 연주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연주자 중심의 음악인 재즈의 세계에서, 몽크는 드물기도 할 뿐더러,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다음으로 중요한 작곡가의 자리를 차지한다. <Round Midnight>을 비롯해 그가 작곡한 여러 곡은 스탠더드로 정착했다. 그러나 그의 말년은 그의 이름처럼 쓸쓸했다. 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7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요양소에서 투병하다가 1982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은둔한 수도승처럼, 그는 생애 마지막 6년간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을 뿐 아니라, 피아노를 연주한 적도 없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92   →구구절절 다 옳은말 2012.04.18 664 58
191 베니 굿맨(Benny Goodman) file 2012.04.14 964 45
190   →굿맨의 사람들 2012.04.17 777 49
» 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file 2012.04.12 1606 69
188   →중요한 건 음악 2012.04.14 900 60
187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file 2012.04.08 1009 53
186   →상세 2012.04.10 672 48
185 빌 에반즈(Bill Evans) file 2012.04.01 1011 68
184   →데이비스의 영향 2012.04.04 733 46
183   →선배님 2012.04.02 735 43
182 Christmas 2011 at church file 2011.12.25 677 56
181 Christmas 2011 at Home file 2011.12.25 643 57
180 The First Stage file 2011.12.03 1322 48
179 Boy sings (2011.7) file 2011.12.03 763 56
178 Quintet (2011.7) file 2011.12.03 5840 44
177 모달 재즈(Modal Jazz) file 2011.10.06 2737 46
176 재즈, 그 넓고 깊은 바다 file 2011.10.06 959 34
175   →동의 2011.10.06 800 41
174     →그렇긴 한데요 2011.10.06 816 32
173       →말 되는 이야기네 2011.10.06 827 4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