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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감상에 대해서, 그리고 웹스터와 호킨즈에 관해서

posted Jul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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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즈에 관해서 굳이 남들이 읽을 수도 있는 글을 쓴다면 저의 사명은 '전문가'의 손에서 재즈를 구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의 가장 큰 비극은 그것이 결국 열성팬과 전문가의 전유물이 되고 누군가 새롭게 입문하려면, 뒷머리를 긁으며 잘 모른다고 쭈뼛거리게 되는, 그런 장르로 전락해 버린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즈를 즐기는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타당한 길이 있다는 것을 꼭 보이고 싶고, 전문가들이 어느 음반의 걸작으로 꼽는 곡 이외의 곡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것이 왜 나를 움직였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즈에 관한 한 가급적이면 이설의 전도사가 되고 싶은 것이랄까요.

가령,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가 벤 웹스터의 best를 뽑아냈다는 평에 벤 웹스터 자신이 반드시 동의할 것인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연주자 자신도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요? 영악한 영화감독들이 '영화제용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연주자들도 "평론가들이 좋아할 만한 곡"이 어떤 건지는 금세 알아챌 테지만, 자신의 호불호를 그런 기준에 맞추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전체를 듣고, 그 다음 뭘 듣는 식으로 뜯어서 듣는 것도 모든 사람이 흉내낼 필요가 없는 도그마인 것은 아닐는지요. 도그마는 사상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모든 것을 결국은 시들게 만들지 않던가요. 만일 제가 재즈 책을 내게 된다면 그것이 담게 될 단 하나의 메시지는 음악의 어떤 부분이 (그게 뭐가 되었든) 당신 가슴 속으로 뛰어들도록 허락하라, 라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음악 속에는 당신의 여린 부분과 맞닿는 그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뭔지는 당신만 알아챌 수 있다.") 이것은 초보자들에게 좀 더 유익한 메시지일테지만 내공이 높은 사람도 잊어서는 안될 감상법, 이를테면 초심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고수의 손을 붙들고 재즈에 입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제가 그 손을 놓고 나만의 취향과 방식을 만들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아리송해지고 마는 위험이 있을 거 같습니다.

한 가지.

벤 웹스터가 콜맨 호킨즈의 수제자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아마 제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호킨즈가 웹스터를 가르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섯 살밖에 차이가 안나고 벤 웹스터도 20대에 프로가 된 사람입니다. 오히려, 벤 웹스터는 영 패밀리에서 연주를 시작했기 때문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하던 벤 웹스터가 섹소폰에 입문하면서 레스터 영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기록은 본 적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아무도 "벤 웹스터가 레스터 영의 제자다"라고 말하지는 않지요. (웹스터와 영은 심지어 동갑입니다.) 왜냐면 둘의 연주 스타일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지요.

콜맨 호킨즈가 벤 웹스터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어쩌면 두 사람의 스타일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고 호킨즈가 조금 더 나이가 많다는 정도의 이야기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은데, 저의 생각으로는 그 정도 되는 수준급 연주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봐야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친 소리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호킨즈의 Hawkish한 사운드와 웹스터의 Brute한 사운드는 함께 연주해도 구별이 될 만큼 서로 다르기도 하잖습니까. 그래서 예컨대 폴 곤잘베스가 벤 웹스터의 제자다라고 말하면 이해가 가지만 벤 웹스터가 콜맨 홉킨즈의 제자라고 말하면 어쩐지 메릴 스트립이 더스틴 호프만의 제자라고 말하는 느낌이 듭니다.

                                                                                              - theBald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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