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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Swing)?

posted Feb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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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는 스윙(swing)이라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스윙감(swing 感)이 없으면 재즈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스윙은 재즈에서 중요한 요소다. 1931년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빌리 스트레이혼(Billy Strayhorn)이 작곡하고 어빙 밀즈(Irving Mills)가 가사를 붙인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이라는 노래가 있다. ‘스윙이 들어있지 않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좀 난처한 것은, 도대체 이 스윙이라는 게 뭔지를 말로 풀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설가 이문구의 <兪子小傳>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보령지방의 독특한 방언 가운데 지금도 흔히 쓰이는 것으로 ‘개갈 안 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요즈음 산하의 국어연구원에서 의례적인 용어부터 정립해 주기를 독려하고 있는 이어령 문화부 장관(1993년 당시 재임)도 사석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곧잘 튀어나오던 방언이기도 한 것이다. 이 ‘개갈 안 난다’는 말은 보통 ‘말이’ 맺고 끊는 맛이 없다거나, 썩갈리거나 요령부득이다. ‘뜻이’ 가당치 않거나, 막연하거나, 어림도 없다. ‘일이’ 매동그려지지 않거나, 매듭이 나지 않거나, 마무리가 없다. ‘짓이’ 칠칠치 못하거나, 갈피가 없거나, 결과가 예측불허다. 따위와 비스름한 의미로 쓰이고 있거니와, 나도 그 어원이 ‘가결(可決) 안 난다’에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터이다. 한 번은 내가 짐짓 해 보는 말로, “대관절 그 개갈 안 난다는 말이 무슨 뜻이라나?” 유자더러 물었더니, 유자 대답하여 가로되, “아, 그 개갈 안 난다는 말처럼 개갈 안 나는 말이 워디 있간됩세 나버러 개갈 안 나게 묻는다나.”하고 사뭇 퉁명을 부리는데...(생략)"

다시 말해서, 재즈에서의 스윙은 개갈 안 나는 개념이다. 그걸 권위 있게 몇 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는지도 의심스럽거니와, 그걸 설명하려 들자면 마치, “아 그 왜 한국 사람들이 덥다가 바람 쐬거나, 술 먹은 다음 날 매운 국물을 먹거나, 가려운 등을 긁거나, 어려운 일이 풀렸을 때 쓰는 ‘시원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외국인에게 시원함의 뜻을 말로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곤란하다. 곤란하지만 한번 써 볼란다.

좀 혼동스럽겠지만, 재즈에서 말하는 스윙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그 첫째는 1930년대에 대대적으로 유행했던 빅밴드 중심의 특정 재즈 장르를 말한다. 베니 굿맨(Benny Goodman)이나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가 이끄는 밴드가 가장 두드러졌고,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 스윙 밴드가 명멸했다. 강한 리듬과 비교적 빠른 템포를 특징으로 하는 스윙이 유행하던 시절의 재즈는 듣는 음악이 아니라 춤추는 음악이었고, 60-70년대의 록(rock)이나 80년대의 리듬앤블루스(rhythm & blues), 90년대의 팝(pop)처럼 누구나가 듣던 대중음악이었다. 이 시절에는 ‘재즈’라고 말하면 그것이 대중음악 전체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스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그것은 스윙 재즈처럼 강렬한 리듬과 신나는 분위기를 가졌다는 의미가 된다.

두 번째는 좀 긴 설명을 요하는 개념으로서의 스윙이다. 그것은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재즈 특유의 리듬감으로서,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기분을 뜻한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는 스윙 풍의 흥겨운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때의 스윙은 앞의 의미이고, “그 연주자는 혼자서 느린 곡을 연주하는데도 스윙감이 잘 살아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두 번째 의미의 스윙이다. 트럼펫 연주자 쿠티 윌리엄즈(Cootie Williams)는 “스윙의 정의를 내리려고 노력하느니 차라리 아인스타인의 이론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다분히 익살 섞인 엄살이었다. 스윙 재즈의 왕(King of Swing)이라는 찬사를 받던 베니 굿맨(Benny Goodman)은 “스윙은 솔로 연주자가 코러스 부분을 자기의 느낌에 충실하게 연주할 자유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굿맨의 정의는 스윙의 전성기에 빅밴드를 이끌던 클라리넷 연주자다운 설명이다. 주로 트롬본을 연주했던 타미 도르시(Tommy Dorsey)는 “스윙이란 달콤한 동시에 뜨거우며, 미래의 어떠한 도전에도 대응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창조적 개념”이라고 말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뭔지 모를, 알쏭달쏭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피아니스트 모리스 로코(Maurice Rocco) 같은 사람은 “스윙이란 건 각자의 의견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었다.

재즈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스윙이라는 용어를 다소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의미가 헐거워진 느낌은 있지만, 고수들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면서 소통한다 하니 단지 잘난 체 하기 위한 허사는 아닌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스윙이란, 어쩌면 와인을 좋아하는 고수들이 포도밭의 토양, 위치, 지형적 조건, 기후 등을 포도주 맛으로 구별할 수 있다며 그것을 ‘떼루아르(Terroir)’라고 부르는 데 비유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직접적으로는 락(Rock) 음악에서 말하는 ‘그루브(groove)’와 더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개갈 안 나는’ 스윙이란 개념 따위 집어치라고 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것을 길게 소개하는 것은 스윙이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그들만의 은어이기 때문이다. 어떤 곡의 스윙감을 논하면서 재즈 팬들은 서로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강화한다. 재즈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은 이 수수께끼 같은 개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면서 재즈에 대한 사랑에 빠진다. 그러므로 스윙은 궁극적인 경지인 동시에 재즈에 대한 감상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 정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갈증을 느낀다면 벌써 당신은 재즈를 사랑할 소질을 타고난 것이다. 스윙을 빨리 귀로 느껴보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을 느낀다면, 우선 급한 대로 앞서 말한 듀크 엘링턴의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을 한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곡의 후렴부인 ‘두왓-두왓-두왓’은 높낮이도 변함없는 8분음표 여덟 개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음을 절묘한 박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더없이 흥겨운 리듬감을 낸다. 이 부분을 흥겨운 분위기로 부르기가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일단 스윙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힌트를 얻은 셈 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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