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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자렛(Keith Jarrett)

posted Aug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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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Jarrett_small.jpg

 

키스 자렛은 1945년 필라델피아 중산층 백인 가정에서 음악 영재로 성장한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피부색도 가무잡잡한데다 헤어스타일이나 콧수염 등 외모가 흑인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팬들은 물론 동료 연주자들조차도 그를 흑인으로 오해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오넷 콜먼(Ornette Coleman)이 그의 연주에 감탄하며 "자네는 흑인이야. 흑인일 수밖에 없어"라고 말했다. 자렛의 대답은 이랬다. "알아요. 알아. 나도 그 부분을 노력 중이라구요 (I know. I know. I'm working on it.)"

키스 자렛은 살아 있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거나, 최소한 그렇게 부를 수 있는 몇 사람 중 하나다. 그는 클래식을 포함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연주하고, 심지어 드럼이나 소프라노 색소폰을 포함해 여러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는 즉흥 연주 중에 입으로 곡조를 따라 부르는 묘한 습관을 가졌고, 연주 도중 의자 위에서 장난스러운 몸짓을 하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곡조를 입으로 흥얼거린 것이 그 혼자만은 아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기이한 몸짓을 한 것도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마지막일 리도 없다.) 그를 세상의 다른 연주자들과 가장 확연히 구분짓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음악이다.

재즈의 거장들은 자신이 연주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음악 세계를 만들어냈다. 재즈는 물론 클래식, 가스펠, 블루스, 포크를 넘나들며 천재성을 보이던 키스 자렛이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은 뉴에이지(New Age)라는 음악이었다. 뉴에이지가 하나의 장르로 완성되는 데는 여러 음악가들의 기여가 있었지만, 자렛의 70년대 연주를 들어보면 그가 뉴에이지의 원조라는 확신이 새삼 굳어진다. 그가 연주한 <My Song>은 지금껏 발표된 그 어떤 뉴에이지 음악보다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준다.

키스 자렛이 뉴에이지 식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그의 많은 즉흥연주와 작곡 작품들이 뉴에이지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코드 진행을 벗어난 선법적(modal) 선율, 협화음(consonance) 위주의 코드, 코드가 바뀌어도 같은 음을 반복적으로 고집하는 드론(drone) 베이스, 또는 코드가 바뀌어도 동일한 선율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오스티나토(ostinato) 등등. 그러나 키스 자렛을 "뉴에이지의 창시자" 정도로만 소개하는 것은 그를 부당하게 작은 상자 속에 가두는 일이다.

자렛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던 세 살짜리 소년은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하더니 다섯살 무렵에는 TV에 출연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일곱살 때는 클래식 연주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그는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재즈에 심취했다. 보스톤의 버클리 음대로 진학한 이후 그는 클럽에서 재즈 연주를 시작했고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뒤부터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에서 전업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입학한 진짜 학교는 아트 블래키의 재즈 메신저스(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였다. 메신저스에서 참신하고 창의적인 연주 실력을 뽐내던 그는 찰스 로이드(Charles Lloyd) 밴드로 영입된다. 자렛이 가세한 찰스 로이드 사중주단은 락 밴드의 싸이키델릭한 스타일까지 흡수해서 실험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찰스 로이드 밴드의 1966년 앨범 <Forest Flower>는 60년대 중반 미국의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이 앨범에 포함되어 있는 키스 자렛의 연주가 내가 들어본 그의 연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Forest Flower>는 자렛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탁월한 기량을 가진 연주자인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이 앨범은 발표 당시 히피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찰스 로이드 사중주단에서 활동하면서 자렛은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드러머 잭 드자넷(Jack DeJohnette)과는 평생의 동지가 되었다. 당초 메신저스에서 연주하던 자렛의 재능을 발견하고 찰스 로이드에게 그를 소개해준 것도 드자넷이었다. 그러나 이 사중주단은 멤버들의 불화로 오래 가지는 못했다.

새옹지마라던가. 1968년 찰르 로이드 사중주단이 해체되자 이번에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자렛에게 함께 연주할 것을 권유해 왔다. 데이비스 밴드에서 그는 칙 코레아(Chick Corea)와 번갈아 가며 전자 오르간 또는 전자 피아노를 연주했다. 자렛은 자신에게 가장 결정적인 음악적 영향을 미친 사람이 데이비스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재즈에 전자 악기를 사용하는 데 점차 흥미를 잃었지만, 데이비스에 대한 존경과 드자넷과 함께 연주하고 싶은 마음으로 밴드와의 활동을 지속했다.

70년대 내내 그는 자신만의 실험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찰리 해이든(Charlie Haden, 베이스), 폴 모션(Paul Motian, 드럼), 듀이 레드먼(Dewey Redman, 색소폰) 등과 함께 이른바 "미국 사중주단"으로 활동하면서 전위적인 음악을 연주했고, 얀 가바렉(Jan Garbarek, 색소폰), 팔레 다니엘손(Palle Danielsson, 베이스), 존 크리스텐슨(Jon Christensen, 드럼) 등이 포함된  "유럽 사중주단"을 이끌면서 유럽 민속음악을 가미한 실험적 연주도 했다. 그는 즉흥연주를 위주로 하는 독주 공연도 짬짬이 가졌다. 특히 1975년에 연주한 공연 실황 <The Köln Concert>는 피아노 연주 앨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 되었다.

내 친구 C는 키스 자렛이 음을 "딱딱 잘 짚어줘서" 좋다고 했다. 나는 이것이 자렛에 대한 기가 막힌 찬사라고 생각한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그는 아무리 빠른 프레이즈를 연주하더라도, 또는 어떤 부분을 여린 소리로 연주하더라도 자신이 내려는 음을 어중간하게 흘리는 법이 없다. 이것은 키스 자렛의 재능과 천재성을 말해주고, 그의 장인정신과 연습량을 말해주며, 결벽에 가깝게 까탈스러울 것 같은 그의 성품을 말해준다.

아니나 다를까, 자렛은 공연장 조건에 까다로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피아노의 품질은 물론, 공연 도중 관객이 내는 소음이나 사진 촬영에도 유별날 정도로 민감하다. 그에 따르면 객석의 소음은 음악적 영감을 방해할뿐 아니라 소리의 순수성을 해친다고 한다. 자신이 지르는 괴성이나 흥얼거리는 노래는 아마 순수한 소리의 일부인 모양이다. 추운 날 자렛의 공연장에서는 기침 방지용 사탕을 나눠준다. 그는 관객의 기침소리에 연주를 중단하고 무대에서 걸어 나간 적도 있고, 자 다같이 기침하세요 하나 둘 셋 하며 관객들에게 단체 기침을 시킨 적도 있다.

유난스러운가? 물론이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그의 유난스러움은 그의 정갈한 연주와 잘 어울려서 흐뭇한 웃음이 난다. 내가 이 컬럼을 쓰고 있는 이유는 연주와 삶을 함께 들여다 볼 때 비로소 연주자의 음악세계가 밝히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유전을 모르고 그가 연주하는 음악의 참맛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의 연주를 듣지 않고 전기를 읽는 것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 연주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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