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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기현(宮城県)의 먹거리

posted Mar 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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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도쿄 시내에서는 추위가 제법 물러났건만 센다이 시내의 찬바람은 매서웠다. 어찌나 춥던지, 어린 시절 손을 호호 불며 동네 논두렁에 물을 가두어 얼린 스케이트장에서 놀던 시절이 떠올랐다. 겨울이면 한강도 얼어붙던 시절이었다. 2012년 2월 중순의 주말, 나는 운이 좋게도 국제교류서비스협회라는 단체가 관광에 관한 설문을 위해 외국인 손님들을 센다이 지역에 초대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센다이를 방문했다.

 

센다이를 포함한 일본의 동북부지방 전체는 지난 해 3월 전대미문의 지진해일로 해안지방이 초토화되다시피 했었다. 그로부터 한 해가 지난 시점에 일본은 민관이 일체가 되어 동북지방의 관광경기를 되살리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돌아본 센다이와 마츠시마 지역에서 지진해일의 흔적은 벌써 찾아볼 수도 없었다.

 

우리는 센다이에서 센다이죠(仙台城) 성터, 즈이호텐(瑞鳳殿), 미야기 현립 미술관 등을 돌아보았고, 인근의 마츠시마(松島)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섬들을 구경했으며, 즈이간지(瑞巌寺)와 엔츠인(円通院)도 관람했다. 260여개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진 마츠시마 앞바다의 풍경은 압권이었다. 잘 생긴 갈매기들이 섬과 섬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불교 사찰인 즈이간지 경내에는 곧고 굵은 삼나무들이 열을 지어 심어져 있었는데, 작년의 지진해일때 해수에 잠긴 탓으로 여러 그루의 나무 밑둥이 붉게 상해 있었다.

 

■ 굴 구이

 

센다이와 마츠시마는 해산물로 유명하다. 마츠시마에서는 도처에서 굴 요리를 팔고 있었다. 심지어 굴버거, 굴 카레빵, 굴 덮밥 등도 있었지만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굴 구이 가게인 ‘카키고야(カキ小屋)’다. 센다이 어시장 앞의 간이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이 식당에서는 갓 수확한 굴을 껍질 채 뜨거운 철판에 구워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철판 위에다 점원이 굴을 박력 있게 큰 삽으로 퍼 주고, 익은 굴의 껍질을 까주기도 한다. 익은 굴에서 뿜어나오는 향기가 근처의 길거리에도 진동을 한다.

 

굴은 10월에서 3월 사이가 제철이라는데, 카키고야는 지진해일의 막대한 피해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굴과 밥과 국을 포함한 50분간의 뷔페(食べ放題)가 어른은 3천엔, 아이는 반액이다. 카키 고야의 주소는 미야기현 미야기군 마츠시마마치 히가시하마 12-1(宮城県宮城郡松島町松島東浜12-1)이고 예약이 필수다. 전화는 022-354-2618인데, 당일 예약은 받지 않는다.

 

■ 사사가마보코(笹かまぼこ)

 

어업이 발달한 미야기현의 또다른 자랑은 ‘가마보코(蒲鉾)’라고 부르는 어묵이다. 일본에서 어묵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방이 미야기현으로, 전국 점유율의 10%를 차지한다. 어묵 소비량이 가장 많은 것도 미야기현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사가마보코(笹かまぼこ)’라는 상품의 공로가 컸다고 한다. 어묵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한 가지로, 문헌상에서 확인된 가마보코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헤이안 시대인 1115년이다. 그래서 일본 가마보코 업계는 11월 15일을 ‘가마보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가마보코는 어떤 모양으로 성형하느냐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데,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썰면 반달 모양이 되는 길쭉한 토막이다. 그런데 사사가마보코는 그 이름처럼 대나무 잎사귀 모양을 하고 있다. 센다이의 영주이던 다테 집안의 문장이 대나무와 참새이기 때문에 1935년 경 이 점에 착안한 아베라는 사람이 히트 상품을 제조한 것이다. 사사가마보코는 마치 센다이의 전통 음식인 양 판매되고 있지만, 정작 이것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전쟁 후의 일인 셈이다.

 

센다이 시내 도처에는 사사가마보코 상점이 있는데, 손님들이 몇 개씩 사가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대꼬챙이에 찔러 가게의 화로에 둘러앉아 구워 먹기도 한다. 신식 사사가마보코는 치즈, 살라미, 성게 등으로 가미한 종류도 있다. 나는 가마보코를 좋아하는데다, 집에서 술 한 잔 걸칠 때는 그보다 더 좋은 안주도 없기 때문에 도쿄로 사서 가져가려 했는데, 냉장보관이 필수라기에 맛보기로 세 개만 샀다.

 

■ 효탄아게(瓢箪揚げ)

 

어묵 최대 소비 지방에서 어묵을 구워먹기만 하겠는가? 어묵 두 덩이를 꼬치에 찔러 옛날 서울에서 팔던 핫도그처럼 튀긴 것이 ‘효탄아게(瓢箪揚げ)’다. 어묵 덩어리 두 개가 표주박 모양이 된다 해서 표주박 튀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센다이 시내 쇼핑가 곳곳에서는 줄을 길게 서서 간식 삼아 효탄아게를 사먹으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도 줄을 섰다. 따끈하게 튀겨 주는 효탄아게에는 토마토 케쳡이나 매운 맛 소스 둘 중에 골라서 뿌려 먹도록 되어 있었다. 길거리에 서서 먹고 있자니 주전부리를 일삼던 어린 시절 생각이 절로 났다.

 

■ 즌다모치(ずんだ餅)

 

센다이의 대표 음식이 해산물만인 것은 아니다. 에다마메(枝豆)라고 부르는 초록색 콩을 콩깍지 채 소금물에 끓인 다음 콩깍지에서 콩을 꺼내 얇은 껍질을 제거하고 으깨고, 거기다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해서 떡에 바른 것을 ‘즌다모치(ずんだ餅)’라고 부른다. 요컨대, 젖은 콩 고물을 떡 위에 입힌 것이다. ‘즌다’라는 묘한 명칭은 콩을 두드린다는 豆打(즈+타)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고, 전국시대에 칼로 콩을 으깨 먹었다고 해서 전쟁용 칼을 가리키는 陣太刀(진다이도우)에서 유래한 명칭이라는 설도 있다.

 

풋콩 특유의 향기와 떡의 달콤한 맛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어우러지는 특이한 떡인데, 이것도 도쿄에 사가려고 했더니 냉장보관이 필수란다. 떡도 고물도 수분을 많이 포함하기 때문에 오래두면 상하기 쉽고, 단단해져 풍미가 떨어진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전자레인지로 데워도 원래의 맛을 되찾기는커녕 반죽처럼 녹아버린다니 하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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