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에 소개한다면 최고부터. 물론 여기서 최고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흘려듣지는 마시길.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십 년 넘어 일본에 살고 있는 내 사촌동생이 자기가 먹어본 라면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추천해 주어서 알게 된 집이니까, 나보다는 권위 있는 추천자가 있는 가게다.
일본인들은 은어(あゆ, 鮎)를 유난스레 사랑한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이름으로만 듣던 이 생선을 나는 화정식(懐石) 식당은 물론 도쿄의 프랑스 식당에서도 만났고, 급기야는 라면집에서도 만난 것이다. 이 가게의 라면 메뉴는 간단하다. 은어로 맛을 낸 아유라멘(600엔), 은어가 반 마리 들어있는 아유하프라멘(900엔), 그리고 구운 은어 한 마리가 통채로 얹혀 나오는 아유마루고토라멘(1000엔)이 전부다. 아, 물론 여기에 은어 살과 버무린 주먹밥 구이(焼きおにぎり)도 있고 그 밖의 안주와 디저트도 있긴 하다.
‘은어 통째 한 마리 라면’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아유마루고토라멘을 주문하면 살짝 양이 모자랄 듯한 곱슬면(ちぢれ) 위에 알맞게 구워진 은어 한 마리가 얹혀서 나온다. 면은 보통에 비해서 조금 가느다란 편이고 국물은 닭을 위주로 우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투명한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여성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 위에 가늘게 채를 썰은 흰 대파가 산뜻한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수술을 한 것인지, 구운 은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채로 씹어먹어도 가시 한 점 씹히지 않는다. 기름지지 않은 국물, 날씬한 곱슬면, 그 위에 얹인 은어구이가 완벽한 삼박자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사실 내 사촌동생이 이 집을 강력히 추천해 준 것은 내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였는데, 막상 처음 가본 것은 그로부터 일 년이 넘어서였다. 그 이유는 아유라멘이라기에 어쩐지 라면에서 생선 비린내가 날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직접 먹어보니 생선의 비린내는 맡아보려 해도 맡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 동생.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했구나.
오픈한 지 7년이 지났다는 이 점포에 열 석도 채 안 되는 카운터 좌석 뿐이다. 점심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저녁 여섯시부터 새벽 한 시 이전에 ‘국물이 떨어질 때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정도 음식 맛을 내는 가게가 왜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로 장사를 하는가 싶지만, 가만 보면 그게 다 자기네 라면의 맛을 지상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느 라면집과는 달리, 여기서는 곱배기(おおもり)를 팔지조차 않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균형을 위해서는 국수가 그보다 더 많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내 비록 일본생활이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라면깨나 먹어본 축인데 이 이상의 라면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처음 갔던 날 감동한 나머지, 기어이 주방장에게 “일본 와서 먹어본 라면 중에 제일 맛있다”고 말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내 발음으로 미루어 일본에서의 경륜이 짧아 보였던 겐지, 그 친구는 대단한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기색도 없이 덤덤하게 그냥 그러냐고 할 뿐이었다.
이 가게의 주소는 동경도 세타가야구 타마가와 3-15-12(東京都世田谷区玉川3-15-12)인데, 도쿄 중심가보다는 서쪽으로 상당히 치우친 곳이지만 맛있는 라면을 찾는 식객이라면 일부러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식당은 타카시마야(タカシマヤ)라는 백화점의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가게라서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귀하고 좋은 모든 것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