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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羽田) 공항 국제선 3층 우동집 츠루톤탄(つるとんたん)

posted Jan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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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공항에 남들보다 자주 가는 편이다. 이․부임과 출장으로 가기도 하고, 전송과 배웅을 나가기도 한다. 요즘은 김포-하네다(羽田) 노선이 인기가 많다 보니, 도쿄에서 근무하면서 하네다 공항으로 나갈 일이 많다. 하네다 공항은 2010년에 새롭게 국제공항 신청사를 개장했는데, 이곳 3층에는 아주 맛있는 우동집이 한 군데 있다. 그 이름도 희한한 츠루톤탄(つるとんたん)이라는 식당이다. 이 식당을 찾기는 아주 쉽다.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네다 공항에 입점한 식당들은 대체로 다 맛이 좋은데, 심지어 다른 식당들이 손님이 거의 없이 파리를 날리고 있을 때도 츠루톤탄 앞에는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다. 하여간 사람들 참. 맛있는 건 귀신같이 안다.

오사카와 여러 곳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츠루톤탄은 도쿄 시내에도 롯폰기(六本木), 마루노우치(丸の内), 가부키쵸(歌舞伎町) 등에 분점을 두고 있다. 츠루톤탄에서 우동을 주문하면 세수대야를 방불케 하는 커다란 우동 그릇에 압도된다. 그러나 그릇 모양이 교묘해서 실제로 양이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니 놀라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이곳에서는 면의 굵기를 가는 면과 굵은 면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양도 추가요금 없이 1, 1.5, 2 하는 식으로 선택이 가능하니까.

츠루톤탄의 메뉴는 참으로 다양한데, 기본기에 충실한 우동을 내면서도, 요즘 취향에 맞추어 우동을 스파게티 식으로 양념을 만든 메뉴도 갖추고 있다. 국물이 있는 따뜻한 우동과 차가운 우동도 고루 있고, 돈까스 카레 우동도 맛이 좋다. 나는 이곳의 키츠네(きつね) 우동을 제일 좋아한다. 맑은 국물에 얇은 면을 주문해서 뚝딱 해치우고 나면 뒷맛이 하루 종일 개운하다. 키츠네는 본래 여우라는 뜻이다. 키츠네 우동에는 간을 맞춘 유부(あぶらあげ)가 얹혀 나온다. 어느 가게에서나 마찬가지인데, 궁금해서 물어보니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여우를 모시는 신사(神社)에서도 유부를 공양한다니까, 여우가 유부를 실제로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츠루톤탄의 메뉴에는 없지만, 많은 우동 가게에서 키츠네 우동 못지 않게 인기가 있는 것이 타누키(たぬき) 우동이다. 타누키는 너구리를 뜻하는데, 타누키 우동에는 뎀푸라를 만들 때 생기는 튀김 부스러기를 뿌린다. 이 부스러기는 아게다마(揚げ玉) 또는 텐카스(天カス)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너구리가 튀김 부스러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냐고 물어보면, 거기 대해서는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둔갑과 변신으로 사람을 골리는 설화 속의 두 라이벌 짐승인 여우와 너구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라이벌 우동 두 종류의 이름으로 빌려다 쓰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츠루톤탄의 어딘가 통탄스러운 야릇한 이름의 깊은 뜻을 물어보니, ‘츠루츠루(미끌미끌)’한 국수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톤톤(탕탕)’ 만들어 ‘탄탄(담백한)’ 맛을 낸다는 뜻이란다. 뭐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좋으니 뜻이야 어찌 되었건 나쁜 이름은 아닌 셈이다. 식사시간 즈음에 하네다 공항을 이용할 사람이라면 꼭 이 식당에 들러 우동 맛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줄이 기니까 좀 여유 있게 도착을 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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