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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오오타구(大田区) 하네다(羽田) 사토우(中華そば さとう)

posted Jan 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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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to3.jpg

 


하네다 공항 근처에 맛있는 라면집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주간지에서 읽은 뒤로 기회를 엿보다가, 공항에 배웅을 나가야 할 일이 생겼다. 다이토구 하네다 4-20-11(東京都大田区羽田4-20-11)에 위치한 사토우(中華そば さとう)라는 라면가게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공항에서 더 가까웠고, 찾기도 쉬웠다. 하네다 국제선을 빠져나와 하네다 시 방향으로 간선도로를 하나 건너 신호등을 몇 개 지나자마자 길가에 불을 켜 둔 소박한 라면가게가 보였다.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보니 라면가게답게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갖춘 가게였다.

실내장식만 그런 게 아니라, 라면 종류도 크기를 기준으로 중(국수 1덩이), 대(1.5), 특대(2) 딱 한 종류였다. 일 년이 넘도록 일본에 살았는데도 아직 주문하는 폼새나 일본어 발음이 서툰 모양인지, 주인 청년이 “어느 나라 분이냐”고 묻는다. 잡지를 보고 일부러 찾아왔다니까 몹시도 황송해 하면서 정성껏 만든 라면을 건네주었다.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들어보니, 사토우는 2011년 9월에 문을 갓 연, 완전히 새 라면 가게였다.

라면은 맛있었다. 주인의 설명에 따르면 ‘시오(塩)와 쇼유(醤油)의 딱 중간’ 배합의 국물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기품이 있었다. 국물에서는 멸치 다시의 향기가 살짝 풍겼다. 담백한 계열의 라면 치고는 챠슈가 조금은 두꺼운 편이었고, 면도 조금은 더 가늘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지만, 어쩐지 새로 생긴 가게의 기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막 출발하는 가게인 탓이었을까? 국물은 염도도 알맞고 맛도 좋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주장도 담겨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역사가 오랜 맛집들을 가 보면 그곳의 음식은 훌륭할 뿐 아니라, “나는 이 점이 다른 곳과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특색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사토우의 라면에서는 그런 오만한 진술(statement)은 느껴지지 않았다. 까탈스러운 비평가라면 결함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문을 연지 불과 넉 달 지난 가게가 입소문을 타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신중함의 증거처럼 보여서 점수를 더 주고 싶었다. 이런 가게가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관록을 쌓는다면, 그 뒤에 맛보는 라면 맛은 오늘의 맛과는 사뭇 다를 터다. 그런 상상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찌 되었건, 하네다 공항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맛있게 끼니를 해결할 장소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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