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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5. Isle of Wight

posted Jun 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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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5월 23일, 화요일


아침 10시경, 이연호 선배의 차를 얻어 타고 두 가족이 함께 와이트 섬으로 떠났다. 선배 내외분은 모두 나와 같은 대학 같은 과 선배로, 한 해 동안 케임브리지에 머물던 우리 가족을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마무리 중이던 이 선배는 지금은 모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포츠머드Portsmouth까지 내려간 우리는 다시 페리를 타고 30여 분간 바다를 건넜다. 와이트섬은 마치 제주도를 연상케 하는 조용한 휴양지였다. 우리는 야르머드Yarmouth를 지나 섬의 서쪽 끝인 니이들즈Needles의 해변으로 갔다. 색색깔의 모래를 파는 기념품가게가 있었다. 바닷가를 산책하며 5월의 따사로운 햇볕과 바닷바람, 그 시원한 냄새를 들이켰다. 섬의 중간쯤에 위치한 고즈힐Godshill에 갔더니,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지어놓은 모델 빌리지Model Village 공원이 있었다. 걸음마를 일찍 시작해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달리기를 시작한 아들이 미니어처 건물 사이로 한참을 뛰어다녔다.


귀가길의 차 안에서, 저녁식사를 뭘로 할까 주고받다가 내가 ‘오향장육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다들 입맛이 동하여 뉴몰든의 중국집으로 가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한국식으로 자장면을 만드는 중식당은 당시만 해도 런던, 그것도 한인 밀집지역인 뉴몰든New Malden까지 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 가격 또한 영국식 정찬 못잖게 비쌌다. 해가 저물기 전에 서둘러 페리를 타고 다시 건너왔다.


마치 별을 따라 가는 순례자들처럼, 오랜만에 자장면 맛을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우리가 뉴몰든 유미회관에 도착한 건 밤 9시가 넘어서였다. 자장면, 볶음밥, 팔보채, 고추잡채, 라조기를 실컷 먹었고, 특히 디저트로 해치운 감자탕은 압권이었다. 우리 꼬마는 생전 처음으로 맛보는 자장면을 입가에 묻혀가며 맛있게 받아먹었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그리운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잘 다스려야 한다. 익숙한 맛에 대한 그리움은 아차 하는 사이에 끝 모를 기갈로 변하고, 외국에서의 삶을 무척 어려운 것으로 만들곤 한다.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관리실에 수리를 부탁해둔 보일러는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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