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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기현(宮城県) 센다이시(仙台市) 서랍장요리(箪笥料理) 쇼케이카쿠(鍾景閣)

posted Mar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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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카이세키(懐石)요리는 입으로 먹기 전에 눈으로 보는 요리라고 한다. 소박함을 자랑으로 삼는 우리 요리와는 아예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야기현(宮城県) 센다이(仙台) 지방에는 서랍장 요리, 그러니까 ‘단스(箪笥)’라고 부르는 작은 장롱의 서랍 속에다 여러 가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내는 카이세키 요리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타이하쿠구(太白区)에 자리 잡은 쇼케이카쿠(鍾景閣)라는 곳이다.

쇼케이카쿠는 그냥 식당이라고 부르기가 좀 뭣한 곳이다. 메이지 후기 건축양식으로 지은 다테(伊達) 집안의 저택을 복원하여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다테 마사무 네(伊達 政宗)라는 인물은 전국 시대의 다이묘(大名)로, 센다이 번의 초대 번주를 지냈던 인물이다. 유년기에 앓은 천연두 때문에 오른쪽 눈을 실명했기 때문에 ‘외눈의 용(独眼竜)’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장군이다. 센다이에서는 가는 곳마다 다테 마사무네의 상징물과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다테 집안의 건물을 개조한 식당이라면 가히 센다이의 대표 식당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다테 집안은 13대에 걸쳐 센다이 영주로 군림하다가 메이지 유신 후에는 토지를 중앙정부에 반환하고 백작 작위를 수여받았다. 쇼케이카쿠는 전후까지 다테 백작의 거쳐였다고 한다. 쇼와 천황과 헤이세이 천황도 이 지역을 여행할 때 쇼케이카쿠에서 머물었고, 쇼케이카쿠 2층에는 천황이 머물던 의자가 전시되어 있다. 한때 주지사 공관이 되기도 했다가 학교 시설로 쓰이던 쇼케이카쿠는 1981년에 지금의 위치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센다이가 초행길인 한 무리의 외국인이었다. 별 생각 없이 따라 나선 점심 식사 시간에 우리 일행은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일본식 정원이 딸린 서원 같이 생긴 2층 건물 안으로 안내되어 식사 장소로 가 보니 그곳에는 테이블 위에 자그마한 서랍장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서랍마다 형형색색의 음식들이 들어 있었다.

감을 이용한 무침, 소금에 볶은 은행, 구운 소라, 도미로 만든 쌈, 된장 버섯 요리, 등등이 앙증맞게 서랍장 속에 들어 있었고, 튀김과 절임과 생선회와 밥도 있었다. 센다이가 자랑하는 향토음식, 즌다 모치(ずんだ餅)라는 떡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서로 서랍 속에서 꺼낸 접시들을 보여줘 가며 재미있게 식사를 했다. 밥을 먹는다는 행위로도 유희를 삼을 수 있도록 만든 에피큐리즘의 극치랄까. 이것은 내가 익숙하게 즐기는 음식과는 완연히 다른 관념의 식사였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음식에 대한 집중력은 좀 떨어졌지만, 카이세키 요리는 어차피 한두 가지 음식을 가지고 승부를 벌이는 종류의 음식은 아니다. 미각과 시각과 촉각이 총동원되는 식사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면, 체험삼아 권해보고 싶은 식당이었다.

쇼케이카쿠의 주소는 미야기현 센다이시 타이하쿠구 모니와 히토키타니시 143-3(宮城県仙台市太白区茂庭字人来田西143-3)이고 전화번호는 022-245-6665다. 식사는 예약이 필수이고, 5,700엔에서 13,000엔 사이의 다양한 코스 메뉴가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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