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lcome Page
    • drawing
    • photos
    • cinema
    • essay
    • poems
    • music
    • toons
    • books
    • mail

[라면] 세타가야구(世田谷区) 아유라멘(鮎ラーメン)

posted Jan 08,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ayu3.jpg

 

ayu4.jpg

 

ayuramen2.jpg

 


이왕에 소개한다면 최고부터. 물론 여기서 최고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흘려듣지는 마시길.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십 년 넘어 일본에 살고 있는 내 사촌동생이 자기가 먹어본 라면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추천해 주어서 알게 된 집이니까, 나보다는 권위 있는 추천자가 있는 가게다.

일본인들은 은어(あゆ, 鮎)를 유난스레 사랑한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이름으로만 듣던 이 생선을 나는 화정식(懐石) 식당은 물론 도쿄의 프랑스 식당에서도 만났고, 급기야는 라면집에서도 만난 것이다. 이 가게의 라면 메뉴는 간단하다. 은어로 맛을 낸 아유라멘(600엔), 은어가 반 마리 들어있는 아유하프라멘(900엔), 그리고 구운 은어 한 마리가 통채로 얹혀 나오는 아유마루고토라멘(1000엔)이 전부다. 아, 물론 여기에 은어 살과 버무린 주먹밥 구이(焼きおにぎり)도 있고 그 밖의 안주와 디저트도 있긴 하다.

‘은어 통째 한 마리 라면’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아유마루고토라멘을 주문하면 살짝 양이 모자랄 듯한 곱슬면(ちぢれ) 위에 알맞게 구워진 은어 한 마리가 얹혀서 나온다. 면은 보통에 비해서 조금 가느다란 편이고 국물은 닭을 위주로 우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투명한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여성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 위에 가늘게 채를 썰은 흰 대파가 산뜻한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수술을 한 것인지, 구운 은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채로 씹어먹어도 가시 한 점 씹히지 않는다. 기름지지 않은 국물, 날씬한 곱슬면, 그 위에 얹인 은어구이가 완벽한 삼박자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사실 내 사촌동생이 이 집을 강력히 추천해 준 것은 내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였는데, 막상 처음 가본 것은 그로부터 일 년이 넘어서였다. 그 이유는 아유라멘이라기에 어쩐지 라면에서 생선 비린내가 날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직접 먹어보니 생선의 비린내는 맡아보려 해도 맡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 동생.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했구나.

오픈한 지 7년이 지났다는 이 점포에 열 석도 채 안 되는 카운터 좌석 뿐이다. 점심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저녁 여섯시부터 새벽 한 시 이전에 ‘국물이 떨어질 때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정도 음식 맛을 내는 가게가 왜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로 장사를 하는가 싶지만, 가만 보면 그게 다 자기네 라면의 맛을 지상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느 라면집과는 달리, 여기서는 곱배기(おおもり)를 팔지조차 않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균형을 위해서는 국수가 그보다 더 많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내 비록 일본생활이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라면깨나 먹어본 축인데 이 이상의 라면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처음 갔던 날 감동한 나머지, 기어이 주방장에게 “일본 와서 먹어본 라면 중에 제일 맛있다”고 말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내 발음으로 미루어 일본에서의 경륜이 짧아 보였던 겐지, 그 친구는 대단한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기색도 없이 덤덤하게 그냥 그러냐고 할 뿐이었다.

이 가게의 주소는 동경도 세타가야구 타마가와 3-15-12(東京都世田谷区玉川3-15-12)인데, 도쿄 중심가보다는 서쪽으로 상당히 치우친 곳이지만 맛있는 라면을 찾는 식객이라면 일부러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식당은 타카시마야(タカシマヤ)라는 백화점의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가게라서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귀하고 좋은 모든 것이 그렇듯이.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3 [라면] 시부야구(渋谷区) 아후리(阿夫り) file 2012.01.08 816 24
92 츄오구(中央区) 긴자(銀座) 경양식집 렌가테이(煉瓦亭) file 2012.01.31 1538 24
91 Deja Vu 2010.03.01 777 25
90   →재미있구나 2011.10.03 731 25
89 긴자(銀座)의 말린 생선(干物) 상점 스즈키 수산(鈴木水産) file 2011.11.12 1632 25
88 [라면] 오오타구(大田区) 하네다(羽田) 사토우(中華そば さとう) file 2012.01.28 648 25
87 2001.11. Egypt file 2006.06.13 814 26
86 숨바꼭질 2007.06.15 761 26
» [라면] 세타가야구(世田谷区) 아유라멘(鮎ラーメン) file 2012.01.08 1262 26
84 이와테현(岩手県) 모리오카시(盛岡市) 냉면집 푠푠샤(ぴょんぴょん舎) file 2012.03.18 778 26
83 하코다테 비어(函館 ビール) file 2011.10.19 1040 27
82 츄오구(中央区) 긴자(銀座) 식초 가게 오스야(お酢屋) file 2011.11.19 867 27
81 일본 음식의 지방색 2012.03.14 753 27
80 이와테현(岩手県)의 먹거리 2012.03.18 655 27
79 2006.12.16-17 Pulau Putri file 2006.12.22 1057 28
78 스기나미구(杉並区)의 소바집 소바미와(蕎麦みわ) file 2012.01.01 853 29
77 미야기현(宮城県)의 먹거리 file 2012.03.14 773 29
76 1995.9. Indonesia file 2006.06.08 955 30
75   →2001.7. Italia (2) 2011.10.11 698 30
74 All Star player file 2006.06.19 885 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