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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치키현(栃木県)

posted Nov 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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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겨울 날. 나를 만나겠다는 용건만을 가지고 일본을 방문해 준 벗이 있었다. 주말을 이용했다고는 하지만, 비싼 항공료를 치러 가며 친구를 만나러 다른 나라를 간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다. 반가움보다 고마움이 앞섰다. 우리는 하루 일정으로 기차를 타고 닛코(日光)를 다녀왔다. 서울로 치자면 의정부나 동두천 정도의 거리를 여행한 셈일 터이다. 닛코가 속한 도치키현(栃木県)은 이바라키현(茨城県), 군바현(群馬県)과 더불어 관동지방의 북부를 이루는 지방이다. 도치키 이북의 후쿠시마현(福島県)부터는 이른바 도호쿠, 즉 동북지방에 속한다.

도치키현에서는 문어 요리와 박고지(간표, 乾瓢) 요리가 현내에서 두루 사랑받는 특산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종류의 만두(교자, 餃子)로 유명한 우츠노미야(宇都宮)시가 현청 소재지다. 나와 내 친구 S가 함께 방문한 닛코(日光)는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이곳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묘인 도쇼구(東照宮)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도쇼구, 후타라산 진자(二荒山神社), 린노지(輪王寺)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불교와 신도와 다이묘의 묘지가 함께 어우러져 있었는데, 도쿠가와는 무엇하러 이렇게 외지고 뜬금없는 장소를 자신의 묘지로 정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국립공원 일대를 장식하고 있는 아름드리 삼나무(杉)들이 쭉쭉 하늘로 뻗어올라 뭔가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힌트를 얻어보려 했지만, 역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닛코와 인근의 쥬젠지코(中禅寺湖) 주변 지역은 일본에서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10-11월에 단풍 구경 장소로 인기가 높은데, 우리가 간 것은 아직 한겨울이었다. 눈이 녹지 않은 산간지방이어서 차를 가져가지 않고 기차를 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닛코는 미즈요우캉(水羊羹)이라고 부르는 물양갱과, 콩으로 만드는 유바(湯葉)가 유명하다. S와 나는 두 가지 다 맛을 보았다.

■ 물양갱(水羊羹)

양갱(羊羹)이라는 것은 글자에서 보이는 것처럼, 원래는 중국에서 양고기 스프를 끓였다가 식히면 젤라틴 성분 때문에 굳어지는 것을 이용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일본에는 가마쿠라 시대에 선승에 의해 전해졌지만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고기 대신 팥을 이용한 요리가 되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 류큐 왕국(지금의 오키나와)에서 생산되는 흑설탕이 사츠마 번의 무역에 의해 본토에 반입되면서 설탕이 흔해져서, 그 후로는 지금처럼 달디단 과자의 일종으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양갱은 우리나라에서도 낯선 음식은 아닌데, 닛코에서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부드러운 양갱을 만들어 판다. 이것이 이른바 ‘미즈요우캉(水羊羹)’이다. 딱딱한 보통 양갱만큼 심하게 달지 않아서 커피나 차와 함께 먹기 적당한 군것질거리였다. 팥이나 녹차, 살구, 매실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이 있고, 포장도 무척 예쁘게 되어 있었다. S에게 서울 식구들에게 선물로 좀 사가지 그러냐고 권해보았는데, 상점 설명에 따르면 냉장보관을 하지 않고 2-3일씩 놔두면 상할 수가 있다고 했다. 선물용으로 쓰기가 까다로운 과자인 셈이다.

닛코시(日光市) 유바소바(湯葉蕎麦) 우오요(魚要)

유바(湯葉)는 우리말로 탕파, 또는 유피라고도 부르는데, 어찌 보면 두부껍질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게 대두를 가공해서 두유를 만들고 두유를 서서히 가열하면 액면에 막이 형성된다. 이것을 람스덴(Ramsden) 현상이라고 하는데, 나무 꼬챙이를 이용해 이 얇은 막을 끌어올려 말린 것이 바로 유바다.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이 또한 불가에 의해 발달된 음식의 하나다.

두부는 이제 어느 나라에서나 쉽사리 구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유바는 일본 밖에서는 구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특히 가이세키(会席)요리에서 무척 자주, 그리고 널리 활용되는 재료다. 생선이나 채소를 유바에 싸서 작은 접시에 전채로 내는 식이다. 닛코의 특산물인 유바는 간사이(関西)지방의 것에 비해 좀 더 두껍다. 그래서 그런지 교토의 유바가 생유바 또는 자연건조 상태로 유통되는데 비해, 닛코에서는 기름으로 튀긴 제품을 많이 볼 수 있다.

S와 내가 기차에서 내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유바를 이용한 ‘유바소바’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닛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오요(魚要)’라는 좀 이상한 이름의 국수집이었다. 좀 이른 시간이었던지 손님은 우리 뿐이었고 주문한 ‘차가운 유바소바’와 ‘따뜻한 유바소바’ 한 그릇씩은 금세 나왔다. 유바소바라기에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했는데 소바는 평범한 소바였고, 그 위에 둥글게 말아서 살짝 튀긴 유바 덩어리가 서너 개 들어 있었다. 국수와 함께 먹는 유바는 씹는 감촉이 독특했다. 고소한 맛도 좋았다. 아하. 불가의 음식이라더니, 유바는 수백 년 동안 일본의 스님들에게 “씹는 맛”을 톡톡히 선사해 드렸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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