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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보는 일본

posted Jul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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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게 된 후, 친구로부터 일본의 맛집 소개 같은 걸 써보지 그러냐는 권유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메모하는 습관이 있으니 이왕 살면서 다녀보는 식당들 중 괜찮은 곳을 소개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도 되겠다 싶었다. 그련데 일 년쯤 살다 보니, 웬걸. 그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의 맛집을 얘기하자면,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직접 겪어보니, 일본에서 돈 받고 음식을 파는 식당 치고 음식이 맛이 없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일본의 요식업계는 완전경쟁에 거의 근접한 시장이어서, 가격이 상당히 정확히 품질을 반영하고 있다. 조금 더, 그보다 조금 더 맛이 뛰어난 집을 찾아 다니다 보면, 결국 제일 비싼 식당들의 목록이 되어버릴 터였다. 가격에 비해 맛이 좋은 식당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맛있는 식당을 고른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집을 고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맛집 운운하는 얘기는 잊고 지냈다. 그런데 일 년이 경과할 즈음에는 또 생각이 달라졌다. 음식을 통해서 일본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에게 음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너무나 중요해서, 다른 문화의 그 어떤 다른 부분과도 비교하기가 좀 어려울 정도다. TV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음식을 소개하거나 음식을 주요 소재로 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특이한 음식을 소개하고, 패널들이 그것을 맛보며 호들갑스러운 감탄을 연발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다.

음식에 집착하는 일본인의 태도도 남다른 데가 있다. 왜,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를 여기에 다 써버릴 수는 없다. 우선, 허영만의 <식객>과는 상당히 다르고, 테라사와 다이스케(寺沢大介)의 <미스터 초밥왕(将太の寿司)>이라든지 아기 타다시(亜樹直)의 <신의 물방울(神の雫)>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하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를 하나씩 보여주려면 결국 음식과 식당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쓰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음식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는 2008년부터 일본판을 발행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동경(동경/요코하마/카마쿠라)이 받은 별의 개수가 총 266개, 오사카(오사카/쿄토/코오베)가 243개로, 파리의 64개, 뉴욕의 59개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늘의 별따기라는 별 세 개 짜리 레스토랑만 해도, 동경이 14개로, 파리의 10개보다 많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기뻐하기는커녕 시큰둥한 반응이 많다고 한다. 일본 요리의 정수를 모르는 서양인이 무슨 기준으로 제대로 된 등급을 매길 수 있었겠냐는 거다. 가이드북을 보고 찾아온 뜨내기 손님으로 북적대는 걸 단골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미슐랭 별점을 사양하는 식당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식과 일식 요리점만을 취급한다.

많은 돈을 쓰면서 최상의 요리를 맛볼 생각이 아니라면 미슐랭의 별점이 일본문화에 대한 탐방 안내서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최고의 맛집을 소개하겠다는 욕심은 없다. (그럴 돈도 없다.) 단지 일본과 일본인의 어떤 단면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식과, 그런 음식을 내는 식당을 찾아다닐 생각이고, 거기서 내가 배운 것들을 습관처럼 적어보려 한다. 일본 음식에는 세세한 분류도 많고 이름도 많고 사연도 많다. 그래서 일본 음식을 보면 일본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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