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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테현(岩手県) 모리오카시(盛岡市) 냉면집 푠푠샤(ぴょんぴょん舎)

posted Mar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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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역(駅)의 기다란 건물 위로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이 도시에 그저 하루 묵어가는 처지였고, 이왕이면 시내 중심부인 역전에 숙소를 잡았다. 도착하기 전부터 모리오카에서는 냉면을 먹어볼 작정이었다. 호텔 카운터에 물어봤더니 길모퉁이 하나 돌면 대로변에 있는 “푠푠샤(ぴょんぴょん舎)”라는 가게가 가장 유명하다며 추천을 해 주었다.

과연, 아직 식사시간으로는 좀 이른 다섯 시 반 정도였는데도, 푠푠샤 앞에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점원에게 이름과 인원수를 알려주고 얼마나 기다리면 되겠냐고 물었더니 한 시간 반 쯤 걸리겠다고 했다. 근처의 식당가에는 모리오카 쟈쟈멘을 비롯해서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이 즐비했지만 아직 모두 다 텅텅 빈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푠푠샤 냉면 맛을 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오기가 발동을 했다.

나는 워낙 냉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근무할 때도 내가 장소를 정할 수 있는 회식 자리가 있으면 거의 언제나 냉면집을 골랐다. 을지로의 우래옥과 을지면옥, 대한극장 뒷편의 필동면옥, 마포의 을밀대 같은 곳이 내가 좋아하던 식당들이었다. 심심한 국물에 메밀로 만든 매끈한 국수를 말아 넣은 그 맛이란! 냉면은 원래 북한 지방의 겨울 음식이었다. (옛날에는 여름에 차가운 국물을 만들 방법이 없었으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뜨거운 아랫목에 앉아 찬 국수로 추위를 이기는 음식이 냉면이었다.

모리오카의 명물인 레이멘(冷麺)도 북한 지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1954년 경 함흥 출신 재일교포 양용철 씨가 모리오카에 냉면집 ‘식도원’을 열어 냉면을 판매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리오카 냉면은 달짝지근한 함흥식 육수가 사용되고 있고, 깍두기 국물이 함께 따라 나오는 것이 특색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 둘 씩 늘어난 냉면집 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삼천리’, ‘명월관’, ‘푠푠샤’ 등이다. ‘푠푠샤’ 역시 한국계인 변룡웅(邉龍雄) 사장님이 1955년에 창업하고 1983년에 개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정말로 한 시간 이십 분 정도나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푠푠샤에 들어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다양한 고기와 냉면 이외의 식사 종류도 갖춘 고급 요리집이었다. 마침내 냉면이 나왔고, 그 위에는 특이하게도 수박이 한 조각 얹혀 있었다. 면은 우리식 냉면이 아니라 쫄면에 가까울 만큼 두껍고 쫄깃쫄깃했다. 메밀가루와 전분으로 만드는 평양식 냉면과는 달리, 모리오카 냉면은 감자 녹말과 밀가루를 사용한다고 한다. 국물은 쇠고기 사골과 닭뼈를 우려낸 것이었다.

한국식과는 아무래도 좀 다르지만, 한식으로 분류되는 음식이 이토록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모리오카 냉면은 가히 한 지방의 대표 음식이 될 만큼 맛도 좋고 특색도 있는 음식이었다. 모리오카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 쯤 꼭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냉면의 애호가로서, 평양식 냉면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는 도저히 어렵다는 점, 부디 양해해 주시라.

푠푠샤의 본사는 모리오카시 이나리초 12-5(盛岡市稲荷町12-5, 전화 019-646-0541)에 있고, 우리가 갔던 역전 지점의 주소는 모리오카시 모리오카에키마에토오리 9-3(盛岡市盛岡駅前通9-3, 전화 019-606-1067)이다. 모리오카 냉면 맛을 보기 위해 모리오카까지 꼭 가야만 하느냐?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푠푠샤는 번창을 거듭해 도쿄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긴자 한 복판 고층건물의 최상층에서 시가지를 내려다 보는 전망이 좋은 식당이고, 시설도 대단히 고급이어서 귀한 일본 손님을 모시고 가기에도 적당하다. 도쿄점의 주소는 도쿄도 츄오구 긴자 3-2-15 11층(東京都中央区銀座3丁目2-15 전화 03-3535-30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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